일본정부, 노동자와 어린이에게 미치는 악영향 의도적 은폐
건강피해 및 인권침해 심각… 피난해제 지역도 방사능 오염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8주년(3월11일)을 앞두고 8일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 노동자와 아이들의 방사선 위험 인권 침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이 지난해 10월 후쿠시마 현지에서 실시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의 피난구역 및 피난지시 해제 지역 방사선 준위는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100배까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원전 ‘응급상황’ 수준의 방사능 오염 

이번 조사는 출입이 금지된 피난구역뿐 아니라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을 포함했다. 그린피스는 수년간 진행된 일본정부의 제염(방사성 오염제거) 작업에도 불구 피난구역과 피난지시가 해제된 지역 모두에서 여전히 심각한 고준위 방사성이 검출됐음을 폭로했다.

또한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의 심각한 국제 인권 규약 위반, 특히 제염 노동자와 아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에 주목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원자력 수석전문가는 “제염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부 지역에서 확인된 방사성 준위는 일반적인 원전 발전시설에서 ‘응급상황’으로 분류되는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라며 “현지 제염 노동자들은 방사선 방호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매일 고준위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으며, 부당한 처우를 입 밖에 내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UN 인권위 특별 조사관이 이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국제 규약 위반을 이유로 일본 정부를 경고한 것은 당연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현지 제염 노동자들은 방사선 방호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매일 고준위 방사선에 피폭되고 있고 이런 부당한 처우를 입 밖에 내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피난 해제 지역도 오염 심각

이번 조사를 통해 나미에와 이타테 지역의 피난구역 및 피난지시 해제 지역 방사선 준위는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100배까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어린이를 포함해 일반 주민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이 정도의 오염이 앞으로 22세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미에 지역에 위치한 오보리 마을 피난구역 평균 방사선 준위는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4.0μSv/h)다. 이곳에서 일년 동안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제염 노동자의 경우 흉부 엑스레이를 100번 찍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역의 28%에서 어린이의 연평균 피폭량은 국제 최대권고치보다 10배에서 많게는 20배 많을 수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피난지시가 해제된 나미에 지역의 유치원과 학교 길 건너 자리한 숲속 평균 방사선 수치는 시간당 1.8마이크로시버트(1.8μSv/h)다.

총 1584개 측정 지점 모두에서 일본 정부의 장기 목표치인 시간당 0.23 마이크로시버트(0.23μSv/h)를 초과하는 수치가 검출됐다.

이 지역의 28%에서 어린이의 연평균 피폭량은 국제 최대권고치에 비해 10배에서 많게는 20배 많을 수 있다.

많은 제염 노동자가 노숙자 및 소외 계층에서 모집됐고 이들은 방사선 방호 훈련을 거의 받지 못했다. 또한 신원증명서와 건강증명서가 위조되는 등 노동 착취가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 제염 작업을 했던 이케다 미노루씨는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에 당시 경험을 다음과 같이 고발했다.

“어떤 사람은 우리를 노예에 비유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노동자의 건강을 존중하고 이같이 위험한 일에 사람들을 투입하지 말라고, 제염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라고 일본 정부에게 요청하고 싶다”

그린피스 스즈키 가즈에는 “일본 정부는 노동자 착취 및 아이들에 대한 건강 위협 등, 관련 정보를 UN에 왜곡 보고한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UN “피난 해제 즉각 중단해야”

이번 그린피스 보고서는 UN 아동인권위원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현재 후쿠시마에서 진행 중인 정책을 중단하라는 일련의 비판적 권고를 보낸 지 한 달 만에 나왔다.

UN 아동인권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피난지시 해제를 즉각 중단할 것과 피난민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제공할 것, 국제 협약에서 약속한 인권 의무를 온전히 준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의 에너지 캠페이너 스즈키 가즈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심각성과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며, “정부는 노동자 착취 및 아이들에 대한 건강 위협 등, 관련 정보를 UN에 왜곡 보고한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후쿠시마 원전 재앙과 그로 인한 인권 침해 행위의 근본적 이유는 일본 정부의 위험한 에너지 정책”이라며, “일본인 다수가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뿐 아니라, 심각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초래할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국제민주적변호사협회(IADL)와 함께 8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인권위원회에 대표를 보내 후쿠시마 재앙과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발생한 어린이 인권 침해를 증언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