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냥도구 때문에 멸종위기 동물 피해 속출

[환경일보] 불법 사냥도구(엽구) 때문에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야생동물보호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 사례가 극히 적어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하 우리)은 2017년 이후 매월 지리산권 지역주민들과 함께 올무 등 불법엽구 수거활동을 해오고 있다. 엽구(獵具)는 사냥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말한다.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르면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 자료에 따르면 반달가슴곰, 여우, 산양 등 멸종위기 대형포유류 복원사업에서 불법엽구에 의한 피해는 총 28개체(반달가슴곰 18개체, 여우 8개체, 산양 2개체)이며, 그중 9개체가 폐사했다.

창애에 걸려 반달가슴곰 발톱이 뽑혔다. <사진제공=종복원기술원>

농작물 보호 위한 설치도 많아

불법엽구에 의해 피해를 입은 총 28개체 중 국립공원 안에서 피해를 입은 개체는 3개체이며, 국립공원 밖에서 피해를 입은 개체는 25개체였다.

그러나 불법엽구 설치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는 고작 3회였다. 불법엽구 설치자를 찾아내기 어렵기도 하지만, 농작물 보호를 위해 엽구를 설치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전국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거된 불법엽구는 총 6만1182점으로 불법엽구 설치가 여전히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전혀 수거되지 않았으며 인천, 경기, 전남, 제주 등은 연도별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 불법엽구 수거량은 수거활동 횟수와 수거인원에 의해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고 있는 지리산권에서는 국립공원종복원기술원,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해당 시군, 지역시민사회의 꾸준한 노력 덕에 불법엽구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나온 곳에서 또 나오는 상황이다. 불법엽구 설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2월27일 수거된 창애와 올무 <사진제공=반달곰친구들>

불법엽구 피해 89%는 국립공원 밖

한편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이동해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반달가슴곰 KM 53이 동면하고 있는 수도산-가야산권역에서는 2018년 불법엽구 수거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는데 성주, 김천에서만 183개의 불법엽구가 수거됐다.

불법엽구 의한 멸종위기종의 피해가 계속되고, 불법엽구가 여전히 설치되고 있지만 환경부의 야생동물 피해방지시설 예산은 3년째 49억7400만원으로 제자리 수준이다.

49억7400만원을 전국 기초자치단체에 나눠줄 경우, 그간 불법엽구가 발견되지 않은 서울시를 제외한다고 해도 2400만원에 불과하며, 이 돈으로는 전기울타리 1000m 설치에 그칠뿐이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불법엽구 수거활동과 함께 농·산·촌 주민들에 대한 계도활동, 설치자에 대한 단호한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한다”며 “반달가슴곰 등에 대한 불법엽구 피해의 89%가 국립공원 밖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불법엽구 수거활동과 설치자에 대한 법적 책임만이 아니라, 농·산·촌 주민들이 불법엽구 대신 울타리를 설치해, 농산물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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