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이벤트성 사업 추진, 예산낭비성 홍보사업에만 치중
음식 맛 표준화 및 위생, 서비스 등 문제 때문에 세계화 한계

[환경일보]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한식정책은 그동안 예산낭비성 국내외 홍보사업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고 지난해에는 한식진흥원의 해외홍보 사업비 부당집행으로 뭇매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식산업은 2016년 기준 음식점업 및 주점업의 사업체수와 매출액에서 각각 45.3%, 47.1%를 점유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식 진흥과 관련된 법률은 식품산업진흥법, 전통주산업법 시행규칙 등의 기존 법률의 단편적인 근거 조항이 전부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 한식산업의 제도적 기반은 정책 도입 10년을 맞이한 현재까지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한식산업 진흥의 기틀 마련을 위한 ‘한식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로 발의한 데 이어, 제정법률안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 개최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최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한식정책은 그동안 예산낭비성 국내외 홍보사업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되는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식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한식진흥법 제정의 필요성과 미래과제, 한식 진흥정책 방향, 입법 제언 등에 대해 국회와 관계부처, 유관단체와 전문가 등이 논의됐다.

호서대학교 정혜경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서효동 본부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일본 등은 자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바탕으로 식문화, 식재료, 다른 산업과 연계를 통한 다양한 산업적 부분을 세계로 전파 및 수출 극대화를 이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 본부장은 “세계 식품시장은 2016년 약 6.3조 달러 규모로 연평균 1.7%씩 2019년 7.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IT산업의 3.8배, 자동차산업의 4.9배, 철강의 7.3배 수준(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 주요지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식 및 관련 개념의 정의나 정책 대상, 범위, 추진기관, 재원확보 방안 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최희종 원장은 “한식 세계화 사업은 그동안 사업 추진체계 분산으로 사업의 중복 및 사업간 연계관리가 미흡하다는 점, 한식홍보가 단순행사 위주라는 비판, 해외 현지 차원에서의 지원이 미흡한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며 “한식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장기적 관점에서 한식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업집행을 위한 추진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원장은 “한류와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런 관심을 높은 만족도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한식 콘텐츠 인프라, 교육 인프라, 시설 인프라 등을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식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박완주의원실>

한식 세계화… 여전히 싸늘한 여론

토론에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외식산업진흥과장은 한식정책의 개선과제를 소개하며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회성·이벤트성 사업 추진과 사업운영 부실로 지속가능한 성과 확보가 곤란하다’고 지적하는 등 여론은 여전히 한식정책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2019년 한식사업 예산은 100억5800만원으로 전년대비 18.9% 감소했음에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한식 전문 인력 양성 분야에 예산의 26%를 투자한다”며 “한식콘텐츠 관련 사업은 콘텐츠 발굴보다는 활용도 제고와 확산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많은 돈을 사용했지만 이벤트성 홍보사업에만 치중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한식 세계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경대학교 영양조리학과 이은정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 분포된 한국 식당의 수가 3만개가 넘는 것으로 최근 조사됐지만, 음식 맛의 표준화 및 위생, 서비스 등의 문제로 세계화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한식진흥법 제정안에 포함된 우수 한식당 지정 제도를 도입 시, 해외 우수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가 농·식품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증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 인력 양성과 관련해 “체계적이고 올바른 한식 교육의 확산을 위해 교재 및 교육 프로그램 등 표준적인 한식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손무호 정책부장은 “한식정책 수립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안정적인 한식정책 수행이 필요하며, 한식진흥법 제정을 통한 법률상 사각지대 해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식당은 중식·일식 등 다른 업체보다 규모가 영세하고, 업체당 매출규모가 작기 때문에 한식당 경영 개선을 위한 사업 추진 시급하다”면서 “국내산 식재료를 공동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 및 운영으로, 국내외 한식당들이 한식 식재료 구매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국내산 식재료의 해외 수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법제연구원 차현숙 연구위원은 “진흥, 육성, 지원법제가 특례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특별법 형식으로 입법되는 진흥법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외식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외식산업의 일부로 한식을 포섭하도록 규정하는 방안과 한식 진흥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 연구위원은 “한식은 외식의 일부로 판단할 수도 있으나 그것만으로 한식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박완주 의원은 “그동안 한식 정책은 전체적인 흐름과 운영보다 단편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와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3월 임시국회에서 한식진흥법에 대한 국회 논의를 내실 있게 이어가는 것은 물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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