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승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인터뷰
“서울시 주인은 시민, 리빙랩 사업 이끌겠다”

신용승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이 모처럼 낮은 미세먼지 농도에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미세먼지는 우리 사회를 집단적 불안감에 빠뜨렸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마침내 식탁을 위협하고, 유해 화학물질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압축성장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시대적·국가적 과제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이자 정부의 최대 난제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국민들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확한 조사와 연구는 효과적인 대책의 주춧돌이다. 잿빛 하늘처럼 뿌연 미래가 염려돼 그 최전선에 있는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시민이 먹거리와 질병, 환경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식품, 의약품, 감염병, 대기, 수질 등을 시험·연구하는 기관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대기질통합분석센터 <사진=이채빈 기자>

3월15일 경기도 과천시 장군마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건물 3층. 대기질통합분석센터에선 신용승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대기오염측정망의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촘촘한 56개의 대기오염측정망을 운영해 정확한 대기오염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초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영향 인자를 상세히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연구에 참여해 실효성 있는 저감 대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며 “내년 초 대기질모델링시스템을 도입해 미세먼지 예보와 원인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15년 동안 재직한 환경 분야 전문가로 올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미세먼지 문제, ‘협력적인 혁신’으로 해결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의 공포가 널리 퍼진지 오래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가장 불안한 환경 문제로 미세먼지를 꼽았다.

신용승 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며 그 핵심은 ‘협력과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 협력뿐 아니라 국내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이해당사자가 서로 협력해 혁신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상저감조치, 친환경 보일러 보급 등 기존에 시행 중인 방안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신 원장은 “지난 6일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평가 결과가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장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해결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 중심 미세먼지 관리···“위해 성분별 저감 대책 중요”

신 원장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분 특성을 분석해 위해성을 저감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양을 줄이더라도 건강 위해도 감소 효과가 큰 쪽에 노력과 재원을 투입하는 ‘스마트한 미세먼지 제어’가 바로 이것이다.

이어 “서울시의 미세먼지 배출 특성과 실제 시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위해성을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KEI와 실무 정책 협업을 진행 중이다. 미세먼지 성분 특성 측정·분석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성분 결과를 건강 위해도로 환산하는 일은 KEI가 맡는다.

미세플라스틱 분석 장비 도입해 관리 방안 연구

플라스틱 문제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를 낀 채 피 흘리는 코스타리카의 바다거북, 소금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등 이른바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미세플라스틱 분석 장비를 도입해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하고, 관리 방안을 연구한다. 생수·수돗물·지하수·한강 등 다양한 물을 비롯해 수산물과 소금 등 식품 내 미세플라스틱 연구도 계획 중이다.

신 원장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문제는 규제와 더불어 쓰레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시민과 산업계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원 직원들 모두 에코백과 텀블러 사용하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플라스틱 프리’와 같은 캠페인을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전 예방 감시로 유해물질 사각지대 해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유해 생리대, 살충제 달걀, 라돈 침대 등 생활용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유해물질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는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전문가 집단도 우리가 먹는 식품과 사용하는 제품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독성 정보에 대한 데이터 갭(Data gap)을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독성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시험 방법을 개발하고, 안전 기준에 참고할 값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유해물질이 유발하는 질병과 소비자 노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현재 ▷생리대 안전성 검사 ▷달걀 살충제와 농약 등 유해물질 검사 ▷지하역사에서의 라돈 농도 측정 등 허용 기준치 초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미규제 물질에 대해서도 ‘위해 선행 예방 조사’ 활동을 펼쳐 문제가 될 물질을 적극 감시하고 있다.

신 원장은 “라돈이 전 국민에게 환경 유해 인자로 인식된 건 불과 1년 전”이라며 “사각지대에 있는 유해 인자를 발견하고, 이를 측정하는 것이 사전예방 원칙에 따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환경은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사후대책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보건환경 싱크탱크 될 것”

이밖에도 기후변화와 각종 질병, 신종 전염병 발생 등으로 보건환경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신 원장은 “이제 과학적 조사와 검사만으로는 보건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정책 수요자와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앞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기술적·정책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싱크탱크(think-tank)’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을 비롯한 서울시의 연구기관은 미세먼지 문제를 시작으로 시민이 함께 참여해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Living Lab)’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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