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별 유전적 특성이 뒤섞이면 생물지리학적 경계 무너질 수 있어

[환경일보]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6곳의 수계(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제주도)에 사는 각시붕어, 동자개 등 11종의 민물고기의 유전자 특성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11종의 유전자 특성 정보를 분석한 결과 각시붕어, 모래무지, 돌고기, 버들치, 돌마자 5종은 사는 곳의 수계별 집단 간에 서로 다른 고유의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강준치, 끄리, 동자개, 치리, 빙어, 참종개 6종은 사는 곳의 수계와 상관없이 동일한 유전자형을 갖고 있으며, 수계별 유전자 특성이 뒤섞인 것으로 드러났다.

빙어는 본래 우리나라 민물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수자원 증대 목적으로 바다 빙어가 도입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계별 유전자 특성이 뒤섞이고 있다.

예를 들어 금강, 낙동강, 한강 수계에서 채집한 강준치는 총 3개의 유전자형이 관찰됐는데 3개 수계에서 채집한 강준치에서 동일한 유전자형이 관찰됐다.

또한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권역에서 채집한 동자개의 경우 총 10개의 유전자형이 나타났는데, 낙동강에서 채집한 동자개에서 한강, 금강, 영산강 집단에서 나타나는 유전자형이 관찰돼 유전자 뒤섞임(혼재) 현상이 발견됐다.

우리나라 민물고기는 약 200만년 전 빙하기 이후부터 한강 등 각 수계별로 분리돼 독특한 유전적인 특징을 갖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각 수계별로 유지되던 유전적인 고유성이 일부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낙동강에서 사는 민물고기에서 유전자 뒤섞임 현상이 주로 발견된 이유는 수계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방류 행사와 같은 지역축제 때 한강 등 다른 수계의 개체를 방류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서민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표지를 이용해 형태적 특징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수계별 유전자 다양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수계별로 유전자 특성이 뒤섞이면 우리나라 민물고기(담수어류)의 생태지리학적인 고유 특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전적 특성 정보를 확보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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