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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종석 기상청장]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가 정확한 예보 만든다”
인공강우는 걸음마 단계, 성급함 대신 장기적 연구 필요
기상학자들만 아는 전문용어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어

[환경일보] 제13대 기상청장인 김종석 청장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공군 기상대에서 근무한 기상 전문가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지형기상정책과장과 공군본부 공군기상단 단장을 역임했다. 공군기상단 퇴직 후 대학에서 연구원과 외래교수직을 맡았던 김 청장은 2016년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을 맡아 고질적인 장비납품 비리를 없애기 위해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했고 지난해 8월 13대 기상청장에 임명됐다. <편집자 주>

김종석 기상청장은 "기초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다"며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를 강조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Q. 기상 분야 전문가가 기상청장이 됐으니 직원들이 힘들지 않을까?

A. 예보 분야에 30년 동안 종사했기 때문에 기상청 직원들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상관측 범위를 1㎞×1㎞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힘들다. 그러나 앞으로 500m×500m까지 개선해야 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동네예보가 가능할 것 같다. 세계기상기구가 요구하는 영향예보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상현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관측능력을 500×500m 올리고, 올해 연말과 내년에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 계산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예보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전 세계 기상관측망을 보면 돈이 많은 나라는 관측망이 촘촘하고 돈이 없는 나라는 반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왜 기상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느냐는 비판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상관측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고, 지금까지 투자된 돈은 대부분 기본 인프라 구축에 사용됐다. 슈퍼컴, 위성, 항공기, 배 등 2/3가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고 모델링에는 많이 투자하지 못했다.

또한 예보관에 대한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1년 이상 집중교육이 필요한데 우리는 1~2개월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국회에서 인재개발원을 허락해줘서 2022년 개원 예정이다. 문제는 개원 이후 충분한 교육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2020년 말에서 2021년이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폭염의 경우 영향예보를 지난해 시범 적용했고 올해 6월부터는 예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인공강우 개념도 <자료제공=기상청>

Q. 인공강우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A. 인공강우의 가장 큰 목적은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흙비가 많이 내리는데, 비가 내려서 공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 내린다는 것을 확인했고,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도 비가 내리면 먼지가 씻겨 내려갈 것으로 생각한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1㎜ 정도의 비가 2시간 오면 20% 정도, 10㎜의 비가 내리면 30% 정도 미세먼지가 저감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우량보다는 강우 시간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비가 오랜 시간 내릴수록 미세먼지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1㎜의 비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환경부 소관이고, 기상청은 1㎜의 비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실험은 항공기에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를 삽으로 퍼서 뿌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2017년 실험했을 때도 구름 위에 요오드를 뿌리고 지상에서 비가 오는지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비가 내려도 인공강우로 인한 비인지, 비가 올 때가 돼서 비가 내리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실제로 구름 속에 들어가 강수 씨앗을 뿌려서 비 입자가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인공강우와 관련해 중국 과학원과도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우리보다 60~70년 앞서 있다. 대형항공기를 3대 갖고 있고 우리는 5인승의 항공기 1대가 있을 뿐이다.

인공강우가 언제 실용화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나라 항공기를 가지고 고작 1회 실험했을 뿐이다. 비가 내리는 다양한 형태의 구름을 대상으로 모두 실험해봐야 한다. 적어도 4계절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공강우 실험 후 김종석 청장은 “증우량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한 만큼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비행 중 인공강우물질을 살포하는 모습. <자료제공=기상청>

Q. WMO에서도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 정도는 해봐야 인공강우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장기적인 연구가 될 텐데, 당장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예산 확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A.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당장 성과를 얻을 수 없다. 1회 실험한 것을 가지고 실패다, 아니다 쉽게 단언해서는 안 된다. 기초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다.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시작됐는데, 당장 성과를 얻지 못하니 투자가 끊겼다. 가뭄이 닥치면 연구를 재개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투자가 끊긴다. 그러다보니 축적된 연구가 없다시피 하다.

인공강우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가뭄 역시 심각해진다. 가뭄이 닥쳤을 때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인공강우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기상청 내부에 기후조절을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하려 한다.

김종석 청장은 "기상학자들만 아는 단어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며 어려운 기상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Q.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들이 기상청에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있는데?

A.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요구사항도 커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폭염처럼 이상기후 현상도 갈수록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단순히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기상청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예보가 더욱 정확해질 수 있도록 관측망, 수치모델, 우수인력 등이 필요하다. 특히 기상청 예보관 경력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예보관만큼은 전문직으로 바꿔서 순환보직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Q. 기상청이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는 사항 중 하나가 일부 직원의 비리다. 시스템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A. 기상청장이 된 이후 장비 구입 시 외부위원회를 구성해서, 기상청 직원들과 업체가 직접 접촉하는 기회를 최대한 없애도록 했다. 아울러 장비 검수를 할 때도 위원회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기상청 직원은 체크리스트를 보고 점검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납품된 기상장비의 스펙이 부족해도 기상청 직원이 눈감아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없앤 것이다. 또한 항공청에서 직원 한 사람이 맡던 장비 관련 업무를 본청으로 가져와 직접 다루도록 했다. 앞으로 국정감사에서는 비리로 지적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세계 기상의 날 기념식에서 김종석 기상청장은 “기상 기후과학을 선도하는 기상청의 역할과 기상과 기후,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기상청>

Q. 기상산업 활성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는데, 대부분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 기업들이 기상장비를 판매할 수 있는 곳이 기상청밖에 없다. 소프트웨어를 팔려고 해도 기업들이 구입하지 않는다. 기상산업기술원장 시절에 건설회사 간부를 만나 왜 기상정보를 구입하지 않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우리나라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반드시 기상정보가 있어야 공정을 인정해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상산업기술원장 시절에도 강조한 것이 관측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측방법이 다르면 필요한 장비도 달라진다. 그런데 기상청은 WMO(세계기상기구)가 규정하는 방법으로만 관측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납품할 수 있는 장비도 한계가 있다. 관측방법을 다변화하면 그에 맞는 기상장비와 소프트웨어도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조선업에 종사하는 분을 만났는데 파도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 기상정보를 구입하는데 연간 140억원을 쓴다고 한다. 이것을 국내에서 개발하면 외화유출을 막고 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측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경북 영덕의 동해안 지진업무 현장을 방문한 김종석 청장 <사진제공=기상청>

Q. 포항 대지진 등으로 지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 지진은 예보가 안 된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정보 전달이 생명이다. 지진은 S파와 P파가 있는데 큰 피해를 주는 것은 S파지만, 먼저 전달되는 것은 P파다. 따라서 P파를 빨리 감지해서 전달하는 중요하다. 10초만 지진정보를 빨리 전달해도 인명피해를 90%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기상청의 지진정보 전달을 7~25초 사이로 줄이려 하고 있다. 먼저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후 5분 내에 상세정보를 발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행안부를 거쳐 전달됐지만 법을 바꿔서 기상청이 직접 지진정보를 TV, SNS 등을 통해 국민에게 다이렉트로 전달하고 있다.

Q. 국민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의원이 지적한 것인데, 열심히는 하는데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기상청 직원 대부분이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기상용어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상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기상용어다. 기상통보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기상청 직원에게 다시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한다. 기상학자들만 아는 단어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

Q. 끝으로 ‘기상청의 역할은 ○○이다’라고 정의한다면?

A. 기상은 공기와 물이라고 생각한다. 있을 때는 고마움을 모르지만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 기상청의 역할은 ‘양질의 물과 공기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기상법에 나온 것처럼 예보 정확도를 높여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바로 기상청의 임무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김경태 기자>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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