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대신 공업용수 공급으로 선회, 투명한 공개가 관건

방사능 검출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가동이 중단돼 무용지물로 전락한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을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와 부산광역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은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을 산업용수 공급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이 시설은 세계적 수준의 해수담수화 기술력을 확보해 중동 등 해외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국비 823억원, 부산시 425억원, 두산중공업 706억원 등 1954억원을 들여 2009년 착공, 2015년 준공했다.

고리원전에서 11㎞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 처리한 뒤, 하루 4만5000톤 규모의 수돗물 생산이 가능하다.

부산시는 해수담수화시설 수돗물을 희망하는 마을에만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청하는 곳이 없었고 2016년부터 가동이 중단되면서 두산중공업은 누적적자 1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지난 1월 철수했다.

당초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고리원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수담수화시설이 위치하면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특히 2012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해수담수화시설 측은 수백차례의 수질검사와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 설득에 나섰다.

전문기관의 400회가 넘는 수질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고, 미국위생재단(NSF)에 의뢰한 247종 수질 테스트에서도 방사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주장했다. 주민들이 염려하는 삼중수소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안전한 물이라고 밝혔지만 한번 ‘방사능 오염’으로 찍힌 낙인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해수담수화 시설 계획 단계부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설득이 병행됐다면 어땠을까? 이후 운영단계에서도 수질모니터링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처음 방사능 오염 우려가 나왔을 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간을 갖고 이해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시설을 추진한 이들은 주민 수용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는 했을까?

사회적 공론화가 차분하게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2000억원을 낭비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연간 35억원의 운영비가 투입되는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을 식수대신 공업용수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시작됐다.

수로 건설을 위한 추가비용도 필요하고, 기업에서 원하는 단가에 맞춰 공급하면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앞서 벌어진 실패 사례를 기억한다면 이번만큼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시설을 최대한 선용하기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

지금처럼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조금만 더 방치한다면 해수담수화 시설은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진짜 ‘고철덩어리’가 될 수 있다. 편견을 버리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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