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과 GDP 4조3000억 달러 강 10개 집중
전면적 기술 혁신 추진하면 가장 큰 이익을 창출

[환경일보] 전 세계 기후변화가 수자원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로 인해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의 자산이 크게 손실될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글로벌 금융기업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사(Manulife Asset Management), 기후변화에 관한 아시아 투자자 그룹(AIGCC), 중국수자원리스크(CWR: China Water Risk)가 4월11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아시아 연기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Are Asia’s Pension Funds ready for Climate Change?)’는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가속화할 경우 수자원의 위기가 아시아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와 수자원 교란으로 인한 물류 공급 체계의 혼란은 한국 주가지수(코스피)와 일본 주가지수(닛케이 225)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강, 하천 인근에 인구‧투자 집중

기후변화가 아시아 지역에 특히 큰 재정적 피해를 미치는 것은, 강과 하천 인근에 인구와 투자가 집중된 아시아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아시아 지역의 자산 소유기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자산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12개국의 공적 연기금과 국부 펀드, 중앙은행과 같은 30개 대형 금융기관이 운용 중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현재 운용되는 기후 관련 자산의 92%는 기후 및 물 관련 위험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 보안에 관한 싱크탱크인 중국수자원리스크의 책임자 데브라 탄(Debra Tan)은 “아시아의 수자원은 3가지 차원의 위협에 직면해있다”며 “경제 성장에 필요한 수자원이 부족하고, 기후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며, 아시아 지역의 부가 물 문제에 취약한 강 주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수자원리스크는 4조3000억 달러 규모의 GDP와 아시아 전체 인구의 절반이 10개 강 주변에 몰려있으며, 이 가운데 4곳의 유량이 앞으로 50년 동안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수자원리스크는 “경제 성장에 필요한 수자원이 부족하고, 기후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킬 것이며, 아시아 지역의 부가 물 문제에 취약한 강 주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수자원 위기에 대한 대비 취약

아시아의 금융기관들은 이런 위협에 대한 고려나 대비를 거의 하지 않아서, 앞으로 벌어질 기후변화와 수자원 위기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인 아시아 투자기관들의 자산 구조는 자국 내 시장으로 심각하게 편중돼 있으며, 국내 투자 비중이 80~100%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매뉴라이프의 ESG 리서치 글로벌 리더인 에밀리 츄(Emily Chew)는 “아시아 투자기관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기후 문제에 대단히 취약한 특성을 가진 자국 내 시장 위주로 돼 있어 기후변화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수자원 교란이 금융기관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위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해수면 상승과 급증하는 폭풍이 물류 시스템에 영향을 주면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아시아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인 날씨가 인구 밀집 지역에 영향을 주며, 물의 경제 이른바 ‘워터노믹스’ 정책으로 인한 규제 강화도 이 지역 금융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류 혼란, 한국‧일본 악영향 우려

한편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각 국가의 특성에 따라 영향도가 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와 수자원 교란으로 인한 물류 공급 체계의 혼란은 한국 주가지수(코스피)와 일본 주가지수(닛케이 225)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금융 분야 의존도가 높은 홍콩의 주가지수(항셍 인덱스)나 싱가포르의 주가지수(스트레이츠 타임즈 인덱스)는 그보다는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분야는 물류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채무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파리기후협정의 기후변화 관리 기준인 1.5℃ 시나리오에 따라 전면적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 역시 아시아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것은 자산 소유기관의 자국 내 투자가 해당 국가 GDP의 25~45%에 달하는 지역 특성 때문이다.

AIGCC의 국장 레베카 미쿨라 라이트(Rebecca Mikula-Wright)는 “아시아 지역의 연기금과 자산 투자기관이 물과 기후변화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면, 투자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회복될 뿐 아니라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수자원 및 기후변화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자산 가치를 따질 때도 ‘워터노믹스’를 비롯한 관련 규제를 충분히 따지도록 조언한다.

또한 투자 대상 기업 및 펀드 매니저들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자신의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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