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살 때 ‘의약외품 및 KF’ 2가지 표시 확인, 어린이·노약자 호흡량 고려해 제품 선택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황인숙 박사

[환경일보] 제357차 임시국회가 최근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8건을 처리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체계적인 대책이 시작돼 다행이다. 그러나 폐 또는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이나 노인, 어린이, 임산부와 같은 고위험군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이 호흡기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보건용 마스크 제품에는 ‘의약외품’ 문구와 함께 ‘KF80’, ‘KF94’, ‘KF99’ 중 하나가 표시된다. KF(Korea Filter)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제품임을 표시하고, KF 뒤에 붙은 숫자는 제품의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낸다. 마스크를 구입할 때 ‘미세먼지·황사 차단’ 등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의약외품’, ‘KF’ 2가지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 KF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효과가 더 크지만, 숨쉬기가 불편할 수 있으므로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개인의 호흡량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누설률 시험장비 및 챔버(test chamber) <사진제공=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시중에 유통된 보건용 마스크 39건을 구입해 시험한 결과, KF80은 분진포집효율(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 대상)이 평균 86.1%, KF94는 95.7%, KF99는 99.4%로 모두 기준 이상의 미세먼지 차단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꼭 KF94 등급이 아니더라도 KF80 등급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미세먼지(PM₁₀)는 물론 초미세먼지(PM₂.₅)까지 충분히 차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건용 마스크 생산·수입 실적은 2015년 157억원에서 2017년 340억원으로 200% 이상 증가했다. 마스크 품목 현황은 2015년 134개, 2017년 357개에서 올해 3월까지 543개 품목으로 늘었다. 국가별 마스크 기준 현황을 비교하면 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외품으로 관리하는 반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산업용으로 구분한다.

국내 보건용 마스크 기준 설정 추진 경위를 보면 2007년 3월∼5월 11번의 심한 황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황사 및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표방하는 마스크 34개를 구입해 실험한 결과를 발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할 것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같은 해 7월, 마침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마스크를 식약청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는 『보건용 마스크 기준 규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관리되고 있다. 마스크 성능 검사의 기준 항목은 성상, 형상, 고정용 머리끈 접합부의 인장강도, 순도시험(산 또는 알칼리, 형광, 포름알데히드, 색소), 안면부흡기저항, 분진포집효율, 누설률이다. 이중 누설률은 해당 품목 허가를 위해 1회만 실시하며, 나머지 항목은 제조번호별 품질 관리를 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 필터에 차단된 미세먼지(주사전자현미경) <사진제공=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스크의 품질조사 연구를 위해 2008년 보건용 마스크의 분진포집효율과 안면부흡기저항을 측정하는 기기를 구입, 2009년부터 검사 업무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비누로 손세탁 후 건조해 분진포집효율을 시험한 결과, 미세먼지 차단 능력이 세탁 전보다 22.8% 감소됐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정전기적 흡착 능력이 없어지거나 필터조직이 물리적으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보건용 마스크 196건을 검사, 6개 제품의 분집포집효율이 기준보다 낮아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담당 지방청, 관세청 등에 공유해 부적합 보건용 마스크 제품이 수입 또는 유통되지 않도록 기여했다.

올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마스크 착용 시 누설률(얼굴과 마스크의 틈새로 공기가 새는 비율)을 측정하는 시험 장비를 도입했다. 아울러 분진포집효율시험 장비 2대를 추가로 구매했다. 이는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중 최초로 보건용 마스크 전 항목을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실험실이 없는 소규모 영세 마스크 제조 또는 수입업체와 실험실 계약을 체결해 이들 제품에 대한 품질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을 위한 보건용 마스크 착용과 기준 규격 관리에는 보완할 부분이 남아있다. 폐나 심장이 미성숙한 영·유아에겐 마스크 착용 시 호흡곤란 가능성이 있고, 마스크의 크기가 한정돼 있으므로 영유아의 얼굴에 마스크가 잘 밀착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영·유아용 보건용 마스크 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글 /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황인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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