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에 옥수수 에탄올 섞으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17%↓
국민 수용성 제고 ‘에너지 혁신 마중물’···경제성 확보는 과제

에탄올 연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파란색으로 표시) <자료제공=미국곡물협회>

[포시즌스호텔=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바이오에탄올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섞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콩 등 농작물에서 생산된 알코올로 자동차 등의 연료 첨가제로 사용된다.

미국곡물협회와 주한미국대사관, 한국바이오연료포럼은 이 같은 내용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4월3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2019 서울 연료 에탄올 컨퍼런스(Seoul Fuel Ethanol Conference)’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에너지원 다양화를 꾀하고자 마련됐다.

“연료 에탄올 정책은 세계적 추세”

브라이언 힐리 미국곡물협회 에탄올마케팅 매니저 <사진=이채빈 기자>

브라이언 힐리 미국곡물협회 에탄올마케팅 매니저는 “전 세계 바이오에탄올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연료 에탄올 정책과 수급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세계 65개 국가가 바이오연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중 13개 국가가 최근 2년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지난 2017년 바이오에너지 생산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휘발유와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플렉스(flex) 연료의 에탄올 혼합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27%인 에탄올 혼합비율을 2022년 30%, 2030년 40% 수준으로 높인다.

캐나다 또한 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연료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의 바이오에탄올 혼합비율은 5%지만, 주별로 차이가 있어 실제 혼합비율은 7%에 가깝다.

중국은 내년까지 에탄올 10% 혼합연료(E10) 달성 목표를 세우고, 전국적으로 바이오연료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수요 늘어···환경문제가 ‘견인’

세계 에탄올 생산량은 1100억 리터를 넘어섰다. <자료제공=미국곡물협회>

이러한 정책은 바이오연료 수요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힐리 매니저는 “여러 국가가 최근 2년간 에탄올 혼합연료 관련 정책을 도입한 것은 2015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협약을 준수하기 위함”이라며 “에탄올 생산과 교역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전 세계 에탄올 사용량은 계속 늘고, 에탄올 비생산 국가에서도 에탄올 사용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수용으로 활용되던 에탄올이 수출용 상품으로 전환되면 무역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교역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 정유사 에탄올 혼합사업에 동참

조디 홀 플린트 힐스 리소시스(Flint Hills Resources) 이사 <사진=이채빈 기자>

미국은 정유사가 나서서 에탄올 혼합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석유정제와 화학사업을 하는 플린트 힐스 리소시스(Flint Hills Resources)가 대표적인 예다. 조디 홀 플리트 힐 리소시스 이사는 “정유사가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정책이 아닌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을 고려해 에탄올 혼합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탄올 혼합연료가 옥탄가 향상제(MTBE, 메틸 삼차 뷰틸 에터)보다 경제적 이익이 있다”며 “한국 정유사와 정부가 에탄올 혼합정책에 동참하면 에너지원 다양화와 소비자의 선택폭 확대,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 개선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기·수소차 보급 더뎌···2040년까지 석유 소비량↑

이기형 한양대학교 교수 <사진=이채빈 기자>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충전과 배터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0분이 넘는 긴 충전시간과 적은 배터리 용량 탓에 대중화 속도가 더디다. 수소차 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녔지만 리스크도 상당하다. 충전소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부지와 인력 확보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세계 석유 소비량은 204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40년까지 세계 석유 수요는 연평균 0.5%씩 늘어난다. 이는 바이오연료를 제외한 수치로, 2017년 하루 9480만 배럴이었던 석유 수요량이 2040년에는 1억630만 배럴로 증가한다.

내연기관, 20년 후에도 자동차 구동장치 시장 주도

자동차 구동장치 형태별 전망 <자료제공=이기형 한양대학교 교수>

이기형 한양대학교 교수는 ‘전기·수소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향후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향후 20~30년간 여전히 내연기관차가 시장 점유율 50~80%를 차지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차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내연기관 비율은 줄더라도 수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도 보급률이 30% 정도”라며 “미국 역시 전기차 수요가 급진적으로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 수준대로 내연기관차가 유지되면 연료 질 개선을 통한 환경개선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하려면 바이오에탄올이 차선책”

스테판 뮬러 일리노이대학교 에너지자원센터 교수 <사진=이채빈 기자>

스테판 뮬러 일리노이대학교 에너지자원센터 교수는 “전기차나 수소차가 대중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휘발유에 옥수수 에탄올을 섞어 연료로 사용하면 당장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뮬러 박사는 이날 각국에서 진행된 19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에 옥수수 에탄올 10%를 섞었을 경우 미세먼지(PM)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평균 17% 감소했다.

휘발유에 옥수수 에탄올 10%를 섞어 연료로 사용한 결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17% 감소했다. <자료제공=스테판 뮬러 일리노이대학교 에너지자원센터 교수>

특히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와 벤젠(Benzene)은 각각 17%, 15% 줄었다. 그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체 위해성이 높은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그가 제시한 스위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 직분사(GDI) 엔진에 E10 연료를 사용하면 발암성 유기화합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배출량이 67~96% 줄어든다. PAH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폐 깊숙이 침투해 암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日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바이오연료’ 주목

신야 요코야마 돗도리대학교 교수 <사진=이채빈 기자>

일본의 바이오연료 정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소개됐다. 신야 요코야마 돗도리대학교 교수는 “일본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이산화탄소(CO₂)를 2013년 대비 26%(6700만톤)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1년 에너지 안보와 환경적인 영향을 반영해 연간 바이오에탄올 83만kl를 도입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에탄올과 석유 정제 때 부산물을 합성해 만든 바이오연료 ETBE를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 내 에탄올 생산량이 없어 브라질에서 생산된 에탄올을 미국으로 운반해 ETBE로 전환한 뒤 일본으로 운송한다.

“에탄올 혼합의무제, 휘발유 가격 상승 없어야 가능”

미국 바이오에탄올 유통 과정 <자료제공=미국곡물협회>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에 대한 경제성은 유통과정에서 좌우된다. 일례로 미국은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단계에서 에탄올과 휘발유를 섞는다. 에탄올의 친수성으로 인해 물과 접촉할 경우 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혼합유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물 생산지에서 가까운 곳에 에탄올 공장이 들어선다.

만약 국내에서 E10 연료를 사용할 경우 선택지는 세 가지다. 직접 연료를 생산하거나 미국 또는 브라질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이 30%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직접 옥수수를 재배해 연료를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운송비용이 비싸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에탄올 혼합의무제도 적용 국가를 살펴보면 옥수수나 사탕수수, 카사바 등 바이오에탄올 원료를 풍부하게 생산하거나 최소한 저렴하게 도입한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단 얘기다.

그는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 도입이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휘발유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 한에서 도입할 것”을 강조했다.

‘바이오연료=식량자원 낭비?’ 인식 제고 나서야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 <사진=이채빈 기자>

사회적 수용성 측면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2000년대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자원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되면서 세계시장 곡물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다.

김 팀장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량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량자원의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며 “이러한 국민 인식이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바이오에탄올이 사료와 결합·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료 생산의 부산물로서 홍보한다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 서울 연료 에탄올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사진=이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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