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모바일 기상관측으로 확산 예측 및 화재진압 지원
미세먼지, 태풍, 집중호우, 강풍 등 기상재해 피해‧빈도 증가

[강원=환경일보] 2019년 4월4일과 5일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동해·인제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인근에 거주한 4000여명이 대피했으며 1757㏊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과 시설물 총 916곳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 고성·강릉 일대에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불리는 강풍이 주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으로 봄철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는 남고북저형 기압배치에서 발생한다.

강원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1757㏊의 면적이 소실됐다. <사진=김경태 기자>

이 같은 기압배치 상황에서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고도가 높은 태백산맥을 넘는 순간 압력이 높아지면서 고온건조한 강풍으로 바뀌게 된다.

강원 산불 발화 당시(4월4일 19:17)에도 미시령에서는 순간풍속 22.3m/s의 강풍과 함께 습도가 20% 정도에 불과해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

강원지방기상청 한윤덕 예보과장은 “강원 산불 발생 당시 난류가 심하게 발생하면서 헬기 이착륙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경험 많은 예보관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직접 기상서비스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강원 화재가 휩쓸고 간 현장. 4월 4∼5일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동해·인제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김경태 기자>

양간지풍 영향으로 산불 피해 규모 커저

이처럼 강원도는 산악기상과 해륙풍 등 지형과 환경의 영향으로 태풍, 대설, 호우, 강풍, 산사태, 풍랑 등 재해기상 피해가 가장 빈번하고 피해 규모 역시 큰 곳이다.

실제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5조2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역대 1위를 기록 ▷1989년 2월26일 대관령에 188.8㎝의 눈이 쌓였으며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상륙한 당시 강릉에는 하루 870.5㎜의 폭우가 쏟아졌고 ▷2006년 10월23일에는 속초에서 최대순간풍속 63.7m/s를 기록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도 ▷2월 강원영동에는 관측이래 겨울철 강수일수 역대 최저 1위(7일)를 기록하며 겨울 가뭄에 시달렸고 ▷3~5월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강원영서에서 최고 1위(368.4㎜)의 강수량을 기록 ▷7~8월에는 홍천이 41.0℃의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렸고 ▷8월에는 폭우가 쏟아져 강릉에서 1시간 만에 93.0㎜의 강수량을 보이며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강원지방기상청 박균명 관측과장이 기상관측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상청>

강원도는 한반도 국토 면적의 약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2만569㎢다. 이 가운데 남한 지역의 면적이 1만6873㎢로, 남한 전체 면적의 16.7%에 해당한다.

면적만 놓고 보면 강원도는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이며, 남한에서는 경상북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광역자치구다.

반면 인구는 15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전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강원도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도시는 원주시로 약 30만명이며, 가장 인구수가 적은 곳은 양구군으로, 약 2만1000명 가량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레윈존데(Rawin-Sonde). 라디오존데를 헬륨 또는 수소가스를 채운 기구에 매달아 비양하면, 지상으로부터 최대 35km까지 상승하면서 고도별로 기압, 기온, 습도(이슬점 온도), 풍향, 풍속을 실시간을 관측해 지상수신장치로 전송한다. 레윈존데는 전 세계 1300개 지점에서 운영하며 관측된 장비는 모두 공유한다. <사진=김경태 기자>

태풍, 산불, 폭설 등 역대급 재해 1위

강원도는 전체의 81%가 산지이고, 특히 강원영동 동해안지역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며, 대면적 소나무림 분포로 대형산불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기온이 10℃ 이상 상승하고, 습도는 20% 이상 감소하며, 양간지풍 등 계절풍의 영향으로 심할 때는 초속 30~40m/s 이상의 강풍이 분다. 게다가 동해안의 빽빽한 소나무림 때문에 송진이 인화물질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불로 번지기 쉽다.

이 같은 원인 때문에 영동 지방의 대형 산불은 이전부터 자주 발생했는데 ▷1996년 고성 산불(4월23일) ▷2000년 삼척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4월7일)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4월4일) 등 대형 화재들이 모두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에서 비롯됐다.

특히 2005년 4월 사흘간 강원 양양의 산간지역을 불태운 산불은 양간지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임야 1161㏊와 천년고찰 낙산사가 소실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미시령 고개 AWS. 강원 산불 발화 당시(4월4일 19:17)에도 미시령에서는 순간풍속 22.3m/s의 강풍이 관측됐다.

1999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37건의 대형 산불 가운데 21건(57%)이 강원도에서 발생했으며, 강원도 대형산불 21건 가운데 19건(90%)이 동해안지역에서 발생했다.

1999~2005년 사이에는 산불이 3~4월에 집중돼 13건이나 발생했으며, 2006~2016년 11년 동안 대형 산불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부터 2년 사이 6건이 발생해 1800㏊의 면적이 소실됐다.

과거에는 봄과 가을에 산불이 집중됐다. 봄철에는 논밭두렁 소각, 입산자 실화 등이 원인이었고, 가을철에는 단풍객, 입산자 실화 등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변화가 커지면서 여름철에는 마른장마와 폭염, 겨울철에는 가뭄과 주택화재 등으로 산불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산불발생 현황 <자료제공=강원도동해안산불방지센터>

2010년 재해기상연구센터 개소

이처럼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상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2010년 악기상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해 2010년 11월 강릉시에 재해기상연구센터를 개소했으며 2012년에는 강릉원주대학교 캠퍼스에 입주했다.

재해기상연구센터의 임무는 재해기상의 집중관측과 에측성 향상에 관한 연구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기반 추적·목표관측 체계 구축·운영 ▷고해상도 수치모델 기반 재해기상 메커니즘 규명 및 예측성 연구 ▷피해 기반 수요맞춤형 재해기상 연구·개발 ▷GIS 기반 기상·지리·피해 정보 융합 DB 시스템 구축 등이다.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에서 라디오존데를 띄우고 있다. <사진제공=기상청>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등을 이용한 집중관측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선보였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31일까지 4개월 간 6개 관측지점을 지원해 관측공백을 최소화 했으며 올림픽예보관들을 파견해 기상서비스를 지원했다.

김백조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이 모바일 기상관측의 특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상청>

특히 모바일 기상관측의 경우 재해기상현상의 국지성·돌발성에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관측공백지역에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보내 재해기상을 감시·추적함으로써 재해기상현상의 발달 메커니즘을 규명해 추후 확대 가능성의 예측성을 높인다.

세계적으로도 주요 국가들은 기상, 환경, 수문 등 통합적 재난관리 현장지원 체계를 운영하는데, 미국의 경우 Mobile Radar 10대를 통합 운영해 지상기상관측과 고층기상관측(WPR)을 동시에 운용한다.

아울러 날씨관측 현장 조정자(Field Command Unit)가 파견돼 관측차량 및 장비의 최적지를 안내한다.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2018년 9월21일 신설됐으며 이번 강원 산불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국지적 재해기상 관측에 특화

우리나라의 모바일 기상관측은 2013~2015년까지는 특보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했으나, 2016년부터는 ▷태풍 등 재해기상 현장관측으로 선제적 예보현업 지원 ▷국가장비의 공동활용을 통한 협업체계 기반 방재대책 지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사회재난 대응 현장기상지원 등 활용 분야가 확대됐다.

실제로 2018년 8월5일과 6일 강릉 호우 당시, 강원지방기상청의 12시간 정규 관측에서는 잡아내지 못한 93㎜/h의 집중호우 가능성을 재해기상연구센터의 3시간 간격 특별관측을 통해 예측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재해기상연구센터는 국내 최초로 폭염 시 서울과 강원도의 기온과 노면온도를 측정해 노면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당시 기온은 40℃에 미치지 못했지만 노면온도는 일사, 기온, 현열, 강수, 바람 등의 기상요인에 따라 최고 60℃ 넘게 치솟았으며 노면의 열용량, 재질, 알베도, 기울기 등 지형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면온도에 미치는 각종 영향 <자료제공=강원지방기상청>

평지 바람 줄고, 산지 바람 강해져

산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원지역의 봄철 강풍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1989년부터 2018년까지 30년 간 강원지역의 봄철 강풍(14m/s 이상)과 최대순간풍속(20m/s 이상)의 빈도는 갈수록 감소했다.

강원 영동지역 봄철 강풍 발생 빈도는 갈수록 줄고 있다. <자료제공=기상청>

이는 전국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30년간 ASOS 61개 지점에서 측정한 전국 봄철 강풍 발생 빈도는 갈수록 줄고 있다.

장기간의 평균 풍속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특히 동아시아와 북미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줄었음에도 바람이 약해지면서 대기정체가 심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한반도에서 발생한 것이다.

반면 동해안산불방지센터에서 상시 관심지역으로 지정한 강풍 위험지역의 최대순간 풍속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평지의 바람의 약해지고 산악지형의 바람은 강해졌다. 기상여건에 따른 대형 산불의 위험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커진 것이다.

산불 발생 위험 지역 순간 최대 풍속은 증가하고 있다. <시간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최신임. 자료제공=기상청>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 세계적인 풍속의 저하는 기후변화가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갈수록 자주, 큰 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재해기상서비스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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