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산업용 전기 공급 위해 미세먼지 참아야 하나

[환경일보]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면을 차지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조원이 넘는 미세먼지 추경을 편성했고, 전 UN 사무총장을 모셔다가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이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모두가 미세먼지를 이야기 하지만, 막상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탓하지만, 중국이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재원과 인력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에는 눈 감는다. 그래야 미세먼지는 우리 잘못이 아니라 중국 잘못이 되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 총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15.2%는 발전소에서, 41.4%는 사업장에서 나온다. 발생원인은 대부분 석탄이고, 23.3%는 수송에서 발생하는데, 이 역시 대부분 경유차에서 발생한다.

또한 미세먼지의 75.2%는 2차 생성먼지로 알려졌는데 발전소에서 21.2%, 사업장에서 48.7%, 수송에서 25.7%를 배출하고 있다. 이 같은 통계들은 결국 ‘화석연료=미세먼지’라는 공식이 맞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면 이를 청정연료로 전환하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값싼 화석연료를 청정연료로 바꾼다면 당연히 원료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최종 에너지 비용, 즉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어떨까? 지금부터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가정과 사무실에서 ‘안 쓰는 플러그 뽑기’ 운동을 전개한다면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고작 13%에 지나지 않는다. 56%의 전력은 싼 맛에 쓰는 산업용 전기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급증했던 지난해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비율로는 13.9%에 그쳤다. 반면 산업용의 비중은 전년대비 0.6% 줄었음에도 여전히 절반이 넘는 55.7%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가정용 전력사용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전력수요 상승의 주범은 언제나 산업용 전기였다. 그리고 싼 맛에 쓰는 전력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화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했다.

전기요금이 워낙 싸다보니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8%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의 1.8%에 불과하다는 의미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10% 오른다고 가정해도 생산원가는 0.18% 오른다는 이야기다. 설마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생산원가 0.18% 상승으로 국제경쟁력을 잃고 기업이 망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가?

맑은 공기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자 권리이다. 언제까지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업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할까? 아니, 기업은 그것을 ‘희생’이 아닌 기업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아직도 굴뚝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가 산업화의 상징이라 착각하는 1970년대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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