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까다로운 지급요건 탓에 일용직 근로자 84% 자격 미달

[환경일보] 피공제 대상 가운데 84%가 자격요건 미달로 현실과 동떨어진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퇴직공제금 지급 요건을 현실화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는 건설노동자의 기초적인 생활 안정을 위해 사업자가 근로자 명의로 공제부금을 납부하고, 근로자는 건설업 퇴직 시 원금과 이자를 수령하는 제도다.

하지만 퇴직공제금 지급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일시적인 취업과 업장 교체를 반복하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요건 충족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법은 공제금 납부일수가 252일 이상인 근로자가 건설업에서 퇴직, 사망, 60세에 도달해야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일당 고용으로 운용되는 건설업 특성상, 사업주가 252일 이상 연속으로 공제금을 납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로 2017년 현재 피공제자 526만명 가운데 고작 16%(84만명)만 이 조건을 충족했다.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복지향상과 생활안정을 위해 도입된 퇴직공제가 예의 까다로운 지급요건을 고수한 결과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고령 및 근로능력 상실, 사망 등으로 사실상 건설현장에서 퇴직한 상황임에도 근로 일수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 몫의 공제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2017년 현재, 퇴직공제금 미지급 사망자 19만7000여명 중 근로일수 미충족자는 18만명(92%, 287여억원)에 달한다.

지급 방식 또한 신청제를 고수하고 있어, 혹여 근로 일수를 충족하더라도 당사자가 공제제도를 모르거나, 사망 이후 유족의 신청이 없으면 공제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근로일수를 충족했음에도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망자가 1만6000명, 221여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3년의 청구소멸시효를 부여해 지급이 불가한 공제금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소멸시효 경과자는 9500명, 114여억원에 달한다.

결국 건설근로자에게 당연히 지급돼야 할 공제금이 운용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금고에 쌓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 규모만도 2008년 8600여억원에서 2017년에는 무려 3조4천800여억원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기존 252일 부금일 지급 요건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로 노동력을 상실 하였을 경우 ▷65세 고령에 이르러 부금 일수 산입을 위한 취업이 어려운 경우 ▷정규직 또는 창업으로 사실상 건설 현장에서 퇴직한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특히 유족에 대한 공제금 또한 신청이 아닌 담당 기관의 고지로 바꿔 자격이 있음에도 몰라서 공제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20여년 전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복지향상과 생활안정을 위해 도입된 퇴직공제가 예의 까다로운 지급요건을 고수한 결과 형식만 남아있는 제도가 됐다”며 “최우선적으로 사망, 산재, 고령 및 건설업 퇴직자에 한해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고지제를 도입함으로서 건설근로자 가구의 생계 보장과 함께, 정당한 몫을 되돌려 주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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