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다시 하고, 구명조끼 착용 후 승선을 생활화해야

유명 관광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빠르게 따라오다 추돌하면서 유람선에 탑승한 한국인 관광객 33명 중 19명이 실종됐다. 참으로 끔찍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5월29일 사고 당시 선실에는 10명 정도, 갑판에는 20명 정도가 있었는데 갑판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선체 밖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기가 막힌 것은 크루즈가 유람선을 추돌하고 내리누르며 지나갔다가 잠시 후 후진해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다시 운행했다는 사실이다.

정부 신속대응팀이 현장에 급파돼 실종자 수색 등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나흘간 계속된 집중호우로 인해 유속이 빨라지고 수위가 높아져 구조 및 인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다 자세한 사고 및 피해확대 원인은 크루즈의 영상 및 통신 기록 등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영상자료 등을 보면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크루즈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전방경계를 태만히 한 것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관광 상품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멀리 외국까지 관광 온 이들에게 관광코스를 취소하거나 변경하기가 쉽진 않겠지만,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은 맞다. 분명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이번에 안타까운 사고소식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은 얼마나 안전을 추구하는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슬픔이 몰려오는 세월호 사고 이후 달라진 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크고 작은 배들이 관광·수송·레저용으로 수없이 이용되고 있지만 사전 안전교육이나 사전 구명조끼 착용 같은 예방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다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탄 배는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대신 안전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구명조끼는 그야말로 생명조끼다. 사고가 일어난 후 구명조끼를 찾아 입고 탈출한다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고 후 불과 수 초, 수 분 만에 배가 물속으로 잠기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승선과 동시에 구명조끼를 착용하거나 휴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명조끼 디자인도 기능을 다하면서 보관이 쉽고 간편하도록 혁신해야 한다. 구명조끼 착용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탑승객들의 행동을 바꾸는 부드러운 개입인 ‘넛지(nudge)’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계기로 ‘구명조끼 착용 후 승선하기’ 캠페인과 실천이 전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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