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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화관법? 안전 대책이 사고 막는다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추가 안전관리 방안 마련
지속적인 추적관리로 중소사업장 개선율 32.9%→64.1%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 정책 토론회 <사진=이채빈 기자>

[국회=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시행으로 정부는 다음 달부터 대대적인 현장 단속에 나선다. 허가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에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2015년 1월 화관법 전면 개정·시행으로 2014년 12월31일 이전부터 운영하던 기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은 5년의 유예기간인 올해 12월31일까지 강화된 안전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2015년 이전부터 운영 중인 시설은 전국에 7569곳으로 전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약 70%를 차지한다. 여전히 다수의 사업장이 화관법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영세·중소사업장은 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설 개선비용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채빈 기자>

따라서 화관법 제24조 시행규칙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자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김학용 의원은 “화학물질 안전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긴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만큼 화관법은 입법 취지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산업계의 우려에도 귀 기울이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돈 의원은 “환경 관련법은 큰 사건이 발생한 뒤 새롭게 제정되거나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여론에 힘입어 개정되거나 강화되는 법률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무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업계도 새로운 규제를 비판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 <사진=이채빈 기자>

환경부는 화학 사고로부터 안전과 현장 적용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화관법상 기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추가 안전관리 방안을 최근 공개했다. 이 방안은 화관법 시설 기준을 적용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공간이 부족하거나, 기준 준수를 위해 현장 작업 시 오히려 사고 위험 우려가 있는 방류벽 이격거리 등 19개 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관리 방안이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추가 안전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저장탱크와 방류벽 간 이격거리를 1.5m 이상 유지해야 하나 주변시설 인접 등으로 공사를 할 때 사고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될 경우에는 화학물질 유·누출을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감지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추가로 설치·운영한다.

건축물 층고높이에 대해선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단층 건축물의 높이를 8m 이내로 유지해야 하나 이를 초과하는 건축물을 개·보수할 때 사고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될 경우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물뿌리개(스프링클러), 포소화설비 등을 설치한다.

운반차량 칸막이와 관련해선 유해화학물질 운반차량은 4000ℓ마다 칸막이를 설치해야 하나 기존 운반차량 탱크를 절단 및 용접 작업할 때 사고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될 경우에는 운반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엑스레이 검사, 두께측정, 수압시험 등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환경부는 안전성평가제도와 현장방문·업종별 간담회를 통해 현장 애로사항을 지속해서 수렴할 예정이다.

송 과장은 “추가 안전관리 방안으로 현장 안전은 높이면서도 기업이 원활하게 화관법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5일부터 20일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전주, 충주, 여수 등 7개 지역에서 설명회를 열어 현장의 원활한 안전관리 이행을 지원하고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영우 인하대학교 환경안전학부 교수 <사진=이채빈 기자>

천영우 인하대학교 환경안전학부 교수는 취급시설 안전관리기준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의 취급 시설 기준은 법 조항으로 시설기준을 명시해 규정의 강도는 높으나, 세부사항에 대한 적용의 탄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기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천 교수는 화관법 시행 전 착공된 취급시설 중 개선이 어렵거나 시설개선으로 인해 오히려 사고위험이 높아질 경우 소급 적용 기준의 안전성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취급시설 안전 확보 필수사항 및 상세 기준에 대한 규정에 대해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화학물질관리위원회가 기술기준 심의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연구·검토할 수 있도록 취급시설안전관리위원회를 둘 수 있게 하고, 화학물질안전원장에게 관련 사항을 위임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광순 한국환경공단 화학물질관리처장 <사진=이채빈 기자>

이광순 한국환경공단 화학물질관리처장은 중소규모사업장 이행 지원에 대해 “전체 화학사고는 줄고 있지만, 영세·중소사업장의 사고 비율은 여전히 높다”며 “중소규모사업장은 화관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화학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지원 사업을 수행했다. 2014년부터 4800여개 사업장을 직접 찾아 :1 맞춤형 기술지원사업을 펼쳤다. 기술지원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검사 사전지원, 화학물질관리법 대응 컨설팅,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성 평가 검토, 소규모사업장 공정도면 작성지원 등으로 이뤄졌다.

사업수행 결과, 기술지원 시 개인보호구와 적재하역장소 누출방지시설 설치 등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서 실행이 미흡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추적관리로 중소사업장의 개선율은 2014년 32.9%에서 2017년 64.1%로 증가했다.

이 처장은 “사업장별 맞춤형 개선방안을 제시해 기업은 불필요한 시설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유해화학물질 검사 부적합 비율도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검사 부적합률은 2015년 31.8%에서 올해 3월 기준 4.1%로 줄었다.

그럼에도 이 처장은 화관법 관련 추가 고려사항으로 ▷중소사업장의 전문 장비 부족 ▷취급자의 화학적 전문지식 부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 또는 콘텐츠 부족 ▷여전히 화관법을 인지하지 못한 영세사업장이 존재하는 점을 꼽았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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