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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특별법··· 사망자 1410명, 피해인정 209명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운데 폐질환과 천식만 구제 대상
‘관련성 적음’, ‘관련성 거의 없음’ 판정으로 피해자 외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피해구제 법안의 한계를 지적하는 자리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마련됐다. <사진=김봉운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과거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세미나 및 토론회는 정부나 특조위 위주로 진행된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민주평화당(조배숙 국회의원)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는 조배숙 의원, 정동영 의원 등 민주평화당 소속 국회의원과 환경부 관계자 및 시민단체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300여명이 자리했다.

보상은커녕 사과도 없었다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박혜정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현재 가습기살균제 독극물로 사망한 피해자는 오늘 기준으로 1410명”이라며, “이중 가습기살균제 노출자로 1207명이 판정받았는데 그중 17%인 209명만 피해자로 인정, 나머지 998명은 ‘관련성 적음’, ‘관련성 거의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아 기업과 정부로 외면받았다”고 밝혔다.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박혜정 대표 <사진=김봉운 기자>

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라는 법안은 피해자들의 정신적·육체적으로 손상을 구제한다는 것인데도 특별법으로 인한 수혜가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된다”며,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은 고사하고 사과와 위로의 말 한마디도 듣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대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별법과 관련 법규에 ▷구제급여와 구제계정 구분 문제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 규정의 문제 ▷피해자 판정 및 기간지연의 문제 ▷환경부의 이분법적인 피해자 구분의 문제 ▷판정오류의 문제 ▷판정단 운용 및 판정기준의 문제 ▷천식 인정기준의 문제 ▷기저질환과 중증도 등을 비판했다.

이어 특조위 피해자 찾기 운동과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의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아 접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조위는 권역별 순회를 비록해 각 시구청과 업무협약을 진행해 피해자 찾기에만 혈안이 됐다”며, “가장 중요한 피해자를 위한 시급한 행정처리를 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피해단계를 철폐하고, 노출이 확인된 피해자와 인정피해자를 일원화하면, 구제 급여와 구제 계정도 자연히 일원화가 된다”며, 피해자 단계구분 철폐를 요구했다.

또, “특별법 10조에 의거 피해구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고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의 법 규정을 현실에 맞게 보충해야 한다”며, 아울러 “판정결과 통보의 의무자를 환경부 장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인정 문제, 피해자 관점에서 해결해야

법률사무소 해내 주영글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 현행 판정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 변호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가 본인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번거로운 일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정부가 순순히 피해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굳이 이렇게 많은 서류를 준비해 피해자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여러 정황상 본인 병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해내 주영글 변호사 <사진=김봉운 기자>

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다양한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폐와 관련된 질병 중에서 극히 일부인 중심소엽성 폐섬유화(폐질환) 및 천식(태아피해 제외)만을 구제급여 대상자로 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많은 서류와 관련 증거를 가지고 피해자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현행 특별법과 동법 시행령은 졸속 입법 때문인지 법령 자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판정 기준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정기준 설정 ▷현행 판정기준의 문제점 ▷일부 질병에 국한한 피해인정 ▷특이성에 국한한 피해인정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끝으로 “구제급여와 구제계정 개념을 구분하는 것을 없애되 인정질환을 확대하고 판정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법 취지에 부합하며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강택신 사무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향후 계획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피해구제 ▷피해자 통합지원 체계 구축 ▷건강피해 인정기준 개선 ▷피해자 지원서비스 제고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 원론적인 입장을 대변한 강 사무관은 피해자들의 호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피해자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연출해 토론회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날 지정토론에는 국회 입법조사처 이혜경 입법조사관, 한국손해사정사회 공광길 손해사정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가 참여해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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