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규모 피해 발생해도 현행 법률은 5000억까지만 배상 책임

[환경일보]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 시 해당 사업자가 그 피해를 모두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사업자는 아무리 큰 사고를 내도 5000억원까지만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해, 사고를 낸 쪽이 원상회복 책임을 지는 손해배상 대원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원자력손해배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 원자력손해배상법은 ‘원자력사업자는 원자력사고 한 건마다 3억 계산단위 한도에서 원자력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산단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으로, 3억 SDR은 우리 돈 약 5000억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에서 수조원 규모의 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5000억원까지만 배상 책임을 진다.

5000억 한도는 그 피해가 수십조원(후쿠시마 원전 사고, 84조원)에 이르는 원자력 사고 피해를 보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도를 초과한 피해는 누가,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도 정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배상 책임 한도를 설정한 제3조의2를 삭제하고 ‘국가 간의 무력 충돌, 적대 행위, 내란 또는 반란(현행법 제3조 1항)’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면제하고, 나머지는 사업자가 책임지고 배상하도록 했다.

또한 사업자가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 국가와의 보상계약 체결을 통해 마련하는 금액인 보상조치액 규모는 10년마다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84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해도 5000억원까지만 배상하도록 해 사고를 낸 쪽이 원상회복 책임을 지는 손해배상 대원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 소속 크리스티안 아슬룬드가 지난해 10월17일 공중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제공=그린피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수원 등 원자력 사업자는 사고 발생 시 피해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 국민이 입은 원자력 사고 피해를 온전히 보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의 안전의식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주요국들 역시 무한책임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울러 개정안은 원자력손해배상제도가 사업 진흥보다 국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의 목적(제1조)을 기존 ‘피해자를 보호하고 원자력 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에 이바지함’으로 바꿨다. 원자력 손해배상제도 만큼은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는 의미다.

이철희 의원은 원자력손해배상법의 부수법인 ‘원자력손해배상 보상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함께 대표 발의했다. 보상계약법 개정안 역시 법 목적을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으로 바꿨다.

이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원자력손해배상제는 ‘손해배상’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사업 진흥에만 치우쳐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면서 “사고 피해에 대한 온전한 배상, 사업자의 안전 의식 확산을 통해 국민 안전에 기여하는 원자력 손해배상 체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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