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이집호 질병연구부 감염병검사팀장

[환경일보] 지난해 여름, ‘더워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폭염이 찾아왔다. 올해도 벌써 5월에 때 이른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얼마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지 누구도 예측할 순 없다. 이맘때쯤 모두가 시원한 바람을 찾아 냉방기를 가동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비말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에 의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증상으로, 1976년 여름 미국 필라델피아 재향군인 총회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집단 폐렴으로 3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처음 알려졌다.

레지오넬라균은 물만 있다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데, 주로 대형건물의 냉각탑수를 비롯해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온천, 병원 내 호흡기 치료기, 분수대 등의 오염된 물속에 있다가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사람 몸에 들어온다.

이 병은 ‘레지오넬라 폐렴(Legionnaire’s disease)’과 ‘폰티악 열(Pontiac fever)’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급성 열병인 ‘폰티악 열’은 특별한 치료 없이 호전되는 반면 ‘레지오넬라 폐렴’은 상대적으로 중증이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심하면 폐렴으로까지 진행돼 목숨을 잃기도 한다. 레지오넬라증이 흔하게 발생하는 여름철 6~8월에는 에어컨, 분수대, 샤워기 등에 대한 철저한 위생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레지오넬라균 검사 모습 <사진제공=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레지오넬라증 환자 또는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위해 환경 검사대상을 채취해 감염경로를 추정한다. 자치구에서 냉·온수 물통, 수도 냉·온수, 냉각탑 수, 목욕물, 호흡기 치료 도구 등물을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레지오넬라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재검 및 소독 등 환경 관리 조치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환경 청소·소독 및 대책 시행은 각 시설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실시하고 ▷해당 시설 소관 부서에서는 관리·감독을 시행하며 ▷감염병 관리 부서는 레지오넬라균이 불검출되도록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레지오넬라균이 가장 빈번하게 확인되는 곳은 검사 대상 시설과 검사대상물 채취 장소의 경우, 과거 역학조사 사례를 참고해 볼 때 중앙온수와 목욕장 목욕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레지오넬라증 관리지침’에 중앙온수와 목욕장 목욕물이 관리 대상으로 추가됐다. 올해 7월부터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목욕물을 순환시킬 경우 레지오넬라균 검사가 의무화됐다.

질병관리본부도 최근 냉각탑의 균 검출률이 증가 추세를 보여 ‘레지오넬라증 관리지침’을 새롭게 배포했다. 재검사 기준과 청소·소독 조치 후 재검사, 관리 방법 점검 및 개선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감염병의 예방조치, 제51조 소독의무 및 시행령 제24조에 따라 소독을 해야 하는 시설에 대해 서울시·자치구와 함께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메르스 교훈에서 보듯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경험을 토대로 레지오넬라균에 대한 선제적 검사와 철저한 소독, 지속적인 관심이 최선의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이집호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 감염병검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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