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엄격한 요건 탓에 10년 간 단 2건만 시행

[환경일보] 장애인차별 시정명령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요건을 완화하고 시정명령 시 차별행위자 등에 의견진술권을 부여하며, 법무부와 인권위 간 원활한 업무 협조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재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구제 방안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 시정권고 외 법무부 장관의 시정명령제도가 있다.

법무부 장관은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반복적 차별행위,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고의적 불이행에 해당될 경우에 해당되고,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다. 시정명령을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당초 시정명령제도는 인권위 권고가 사법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인권위 시정권고를 통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로 판단했고, 법상 개별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피해 정도의 심각성’과 ‘공익성’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건 가중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의원은 “공익성 요건 때문에 장애인 개인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요건을 삭제해 시정명령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또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의 측면에서 피진정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필요적으로 부여하고, 피해자・진정인 등 이해관계인도 원하는 경우 의견 진술이나 자료 제출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철희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와 법무부 업무 협조 강화

한편 현재 장애인 권리구제 소관 정부기관은 인권위와 법무부 두 곳이다. 차별 시정기구는 인권위, 시정명령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로 이원화 된 만큼 두 기관 간 협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인권위에 대한 법무부의 자료 요청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고, 법무부가 시정명령 내려도 인권위에 통보할 의무가 없어 원활한 업무협조가 어려웠다.

이에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의 인권위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 근거와 시정명령 시 인권위에 대한 필요적 통보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기관 간 효율적인 업무 협조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정 이래 총 7차례에 걸쳐 개정된 바 있으나, 권리구제 방안인 시정명령제도는 단 한 차례도 개정된 바 없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첫 제도개선이 될 전망이다.

이철희 의원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적극적 구제를 위해 도입됐음에도 10년간 단 두 차례의 시정명령만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평등과 비차별은 인권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권리 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에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개정안이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장애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