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계전환으로 이물질 발생, 탁도계 고장 방치로 사태 장기화

[환경일보] 이번 수돗물 사고는 무리한 수계 전환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수계를 전환하면 천천히 물을 흘려보내 관에 붙은 물때 등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역방향의 경우 더 큰 주의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압력을 증가시켜 2배 이상 유속이 빨라지면서 상수관에 붙은 이물질이 떨어져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수돗물 이상을 감지해야 할 탁도계마저 고장 나면서 수돗물 이상 사태가 장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정부의 원인 발표에 따라 책임을 물어 18일 자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 하고, 외부 감사기관에 감사를 의뢰해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5월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 원인조사반 중간 조사결과를 6월18일 발표했다.

정부 원인조사반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팀 18명으로 구성됐으며 6월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 및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고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한다.

인천 수돗물 적수 발생사고는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 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5월30일 오후 1시30분경 인천광역시 서구지역에서 최초로 민원이 접수됐고, 사고발생 4일 후인 6월2일부터는 영종지역, 15일 후인 6월13일부터는 강화지역까지 수도전에 끼워 쓰는 필터가 변색된다는 민원이 발생하는 등 사고발생 20일째인 현재까지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이 인천시 수돗물 사고 원인과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사전 대비 및 초동대처 미흡

국가건설기준에는 상수도 수계 전환 시 수계전환지역 배관도, 제수밸브, 이토밸브, 공기밸브 등에 대한 대장을 작성한 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도출된 문제점은 통수 전에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사전에 준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수계전환 작업 시에는 유수방향의 변경으로 인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토밸브, 소화전 등을 이용해 충분한 배수를 실시해야 한다.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유속변화에 의한 녹물 및 관로 내부의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 녹물 등이 수용가에 유입되지 않도록 충분한 배수작업을 하도록 돼 있다. 특히 녹물 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수, 밸브 개폐 작업 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천시는 수계전환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 작성 시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 데 그쳤다.

또한 밸브 조작 단계별 수질변화에 대한 확인계획은 수립하지 않아 이번 사고를 유발한 이물질(물때 등)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

또한 북항분기점의 밸브 개방 시 유량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수탁도가 0.6NTU(탁도 단위)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계전환에 따라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탁도가 수계전환 이전 평균 0.07NTU에서 0.11~0.24NTU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시간(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5월30일 공촌정수장 탁도 및 유량. 12시를 전후로 탁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파란색 탁도계는 0.1 이하로 떨어져 고정된 값을 보인다. 고장이 난 것이다. <자료제공=환경부>

직접적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

평상시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자연유하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으나 이번 수계전환 시에는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 수계전환 시에는 관 흔들림, 수충격 부하 등의 영향을 고려해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특히 유의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 나가야 한다.

그러나 역방향으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증가시켜 유속이 오히려 역방향으로 2배 이상 증가(0.33m/s→0.68m/s)하면서 관벽에 붙은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돼 초기 민원이 발생했다.

또한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됐다.

공촌정수장 급수구역별 탁도. 수계 전환 이후 같은 시간대 탁도값이 일제히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환경부>

탁도계 고장으로 이상 감지 못해

당초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유지되면서 정수지 및 흡수정의 수질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조사결과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공촌정수장 정수지와 흡수정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사태 장기화에 따라 정부 원인조사단이 수돗물 공급 전과정을 점검(6.13.)하는 과정에서 확인해 인천시에 통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수지 및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정수지->송수관로->급배수관로->주택가로 이동해 사태 장기화를 초래했다.

또한 상수관망은 단수 등에 대비해 상수관망이 지역 간 연결됐는데 지역에 따라 물 흐름에 차이가 발생해 정체수역에서는 배수가 지연된다.

그러나 관망 고저를 표시한 종단면도가 없어 관저부 등 배수지점 확인이 쉽지 않아 소화전 위주의 방류로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된 것도 사태 장기화의 원인이 됐다.

사고 발생 모식도 <자료제공=환경부>

수질기준 만족, 음용은 권장하지 않아

5월30일 수계전환 직후부터 이물질 유입이 시작된 공촌정수장에서 인접한 직결급수지역에서 많은 수질검사 의뢰 민원이 발생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한 1071건(6.16. 기준) 수질검사 결과에서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9건이었고,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은 검암경서동(23.4%)에서 가장 많았고 이어 ▷검단동 18.0% ▷청라동 15.9% ▷원당당하동 15.1%순으로 발생했다.

또한 인천시교육청의 요청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영종지역 26개 학교 수질분석 결과 잔류염소 등 17개 항목이 모두 먹는물 수질기준 이내로 확인됐다.

원인조사단에서 필터 이물질에 대한 성분분석(XRF)을 실시한 결과 깨끗한 필터는 탄소 99%, 기타 무기원소가 1%였다.

그러나 오염된 필터는 ▷알루미늄이 36∼60% ▷망간 14∼25% ▷철 등 기타성분이 26∼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소를 제외한 무기성분 구성비는 알루미늄과 망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보다는 주로 관저부에 침적된 물때 성분이 유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물질이 함유된 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음용해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단계에서 수질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만 빨래, 설거지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수계전환 세부 흐름도 <자료제공=환경부>

6월29일까지 완료 목표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이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 6월14일부터 공촌 정수장 정수지를 전문업체에 위탁해 물빼기와 청소를 반복해 4개 정수지 청소를 6월18일까지 마무리하고, 물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을 이용해 6월19일부터 6월23일까지 송수관로 이물질 등 오염수에 대한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송수관로 이토작업과 함께 8개 배수지도 청소전문업체에 위탁해 6월23일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계획이다.

6월22일부터는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해 배수 순서를 결정하고 매일 급수구역별 10개조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6월29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