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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돗물 불신 자초한 행정당국안전한 수돗물 공급은 국가 책무,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환경부가 발표한 정부 원인조사단 중간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수도 행정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줬다.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인천시의 무리한 수계 전환 때문이었다. 수계를 전환하면 천천히 물을 흘려보내 관에 붙은 물때 등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역방향의 경우 더 큰 주의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압력을 증가시켜 2배 이상 유속이 빨라지면서 상수관에 붙은 물때와 같은 이물질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돗물 이상을 감지해야 할 탁도계마저 고장 나면서 수돗물 이상 사태가 장기화됐다. 붉은 수돗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은 수돗물에 이상이 있다고 호소했지만 인천시는 고장 난 탁도계만 쳐다보면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무책임한 행정을 보였다.

급기야 환경부가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인천시가 거부하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겪었다. 인천시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들을 파견하거나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장기화된 것은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이 소홀히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관부처인 환경부의 상수도 관련 부서는 고작 1개 과에 불과하다. 상수도 업무가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자체에 전문가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그랬다면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수도 업무를 순환보직으로 번갈아 맡다보니,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의 쉼터가 됐고, 그래서 사태가 장기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수도관 노후화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상수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소규모 지자체는 물론이고, 대도시조차 지하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가늠조차 못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상수도 교체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져도, 이 또한 쉽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정수장 관리를 포함해 관망 개선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광역도시인 인천시조차 관내 30년 넘은 상수도 노후관은 총연장 640㎞에 달하지만, 40%에 해당하는 240㎞는 교체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소관부처인 환경부도 책임이 있다. 2014년 노후 상수관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국비지원 노후상수도 교체사업(상수도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실시했지만, 수도사업 위탁을 조건으로 내세웠고, 지자체별로 50~10% 차등지원 하는 등 낮은 국비지원 탓에 47개 지자체 가운데 32개(68%) 지자체가 포기했다. 노후 상수관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자체, 중앙정부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국민이 아니라, 환경부가 내건 조건을 수락한 지자체만 선별해서 지원한 것이다.

안전한 수돗물을 가정에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돗물에 대한 과학적인 검사 결과를 들이대며 믿으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 수준의 수돗물을 공급하면서도 OECD 국가 가운데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한자리 수에 머무르는 유일한 나라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신을 자초한 것은 바로 행정당국이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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