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송석정과 본체는 1950년대 건축물’ 확인

[환경일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시대 정원으로 알려진 문화재 ‘성락원'에 대해 1992년 문화재 지정 당시 조사보고서에 문화재 가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성락원에 조선시대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이 기거했다”는 주장 역시 당시 성락원 소유자 측이 자필로 쓴 내용 이외에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영주 의원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992년 문화부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의 전신)의 성락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락원'에 대해 "각자(ㄱ)가 돼 있는 영벽지 주변은 보존가치가 있으나 기타 부분은 건물신축, 조잡한 조경 등으로 심히 크게 변형돼 국가지정 가치가 상실됨”이라고 적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1992년 3월9일 3명의 문화재 전문위원과 문화부 문화재관리국 공무원 2명이 조사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조사보고서는 “다만 각자(ㄱ) 부분은 원형을 보존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보존하는 방안을 서울시에서 검토하는 것이 좋겠음”이라고 밝혔다.

즉, 원형이 크게 훼손돼 국가지정 문화재로써 가치가 없으니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성락원 내부에 위치한 정자 ‘송석정’에 대해 한식목조와가로 1953년 건립된 누각으로 판단했으며 성락원의 본체 건물은 “의친왕의 별궁으로 전해지나 60여년 전 재축돼 그 원형을 알 수 없으며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1955년 경 심상준이 24칸으로 재축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1950년대에 만들어졌고 주변이 훼손됐기 때문에 국가지정 문화재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1992년 8월 서울시가 문화부 문화재관리국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에서는 성락원에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가 새겨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이 어려우므로 현재로서는 지방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돼 있다.

이를 종합하면 문화재 당국과 지자체 모두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1992년 8월13일 당시 문화재관리국장이 작성한 ‘국가문화재(사적) 지정조사 보고서’에는 앞서 조사된 내용은 모두 빠진 채 “조선 별서조원의 유일한 명소가 될 것”이라며 문화재 지정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었으며 이후 일사천리로 성락원은 사적 제378호로 지정됐다.

김영주 의원은 “1992년 문화재 지정 당시 문화재 당국의 조사보고서에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며 “문화재청이 철저히 조사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락원에 조선 철종시기 이조판서 심상응이 기거했다는 것 역시 성락원 소유자 측의 근거 없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성락원 조사보고서에 첨부된 자료에는 성락원의 소유주가 운영하는 회사였던 한국수산개발공사가 사용하는 종이에 소유자 측이 자필로 작성한 문서가 첨부됐는데, 이 문서에는 성락원의 연혁을 기술하면서 ‘철종시(1856년) 심상응 이조판서 기거’라고 돼 있다.

결국 소유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사실인 것으로 둔갑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앞서 국사편찬위원회는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이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김영주 의원실에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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