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도 공짜노동 수당 63억원 체불 적발
인격모독, 지속적인 폭언, 꼬집고 때리고… ‘태움’ 문화 여전

[환경일보]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간호사 등 병원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 과정에서 자율 개선을 이행하지 않은 11개 병원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 감독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종합 병원 43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근로 감독에서는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신입 간호사의 초임 미지급 등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했다.

감독대상 병원(43개소)에서 체불 금품(연장근로 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690억원,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위반,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금지 위반 등이 적발됐다.

근로감독 이후에는 병원업계 전반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 종합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자율개선 사업대상 병원(50개소)에서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268건)을 확인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이번 근로 감독은 의료 현장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계속 확산시키기 위해 자율개선 사업 이후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법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추가로 실시한 것이다.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 상태 확인 등 인수인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근무시간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른바 공짜 노동으로 치부되고 있다.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개 병원 노동관계법 27건 위반

이번 근로 감독 결과를 보면 감독 대상 11개 병원에서 총 37건의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고,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근로 감독 대상 11개소에서 연장근로 수당 등 체불 금품 총 63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은 감독 대상 11개 모든 병원에서 적발돼 이른바 ‘공짜 노동’이 병원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 상태 확인 등 인수인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근무시간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 감독 과정에서 병원의 전산 시스템에 대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하여 연장근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연장근로 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A병원은 3교대 근무 간호사가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조기 출근 및 종업 시간 이후 연장근로를 인정하지 않아 직원 263명에게 연장근로 수당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B병원은 업무와 관련된 필수 교육을 근무시간 외에 하면서 직원 1085명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1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C병원은 내부 규정상 이브닝 근무시간이 14:00~22:00로 규정됐으나 실제로는 22:00 이후에도 근무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1107명에게 야간근로 수당 1억9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외에도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를 위반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서면 근로 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병원업계의 ‘태움’ 관행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감독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 시스템 구축

그동안 병원업계의 ‘태움’ 관행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왔으며 이번 근로 감독 과정에서도 일부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은 사례 ▷신규 간호사로 입사한 후 업무를 가르쳐 주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 ▷수습 기간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은 사례 등이 밝혀졌다.

아울러 일부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직원 대상 교육을 하고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2019.7.16.)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근로 감독 결과에 대해 시정 조치와 개선 지도를 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따라 신속하게 시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따라 위반 사항별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금품 미지급(14일) ▷퇴직금 미지급(14일) ▷최저임금액 미달(즉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처우 금지(25일) 등의 시정 기간 부여한다.

또한 이른바 ‘공짜 노동’을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예방을 위해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해 취업 규칙에 조속히 반영하는 등 자율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만들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원업계가 스스로 노동 관계법을 지킬 수 있도록 근로 감독과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의 결과를 정리해 안내 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병원업계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근로 감독을 하여 의료현장에서 노동 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이번 종합 병원에 대한 수시 근로 감독이병원업계 전반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노동 환경이 열악한 업종과 노동 인권의 사각 지대에 있는 업종과 분야 중심으로 기획형 근로 감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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