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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결국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7월 선정기사 경희대학교 권순호 학생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용인 내 서식지가 완전히 ‘죽었다’… 대모잠자리가 남긴 교훈들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권순호 학생 = 2012년, 초등학생 6학년이던 나는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당시 환경부 장관을 만나 뵐 기회가 생겼다. 당시 번뜩 생각이 들었다. 휴가철 우리 동네 하천과 저수지로 놀러 와서는 온갖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외지인과 낚시꾼들, 생활폐수를 그대로 하천으로 보내는 실태, 그리고 하천 중간을 막아서고 있던 낙차보(농업용수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천을 막아 일정한 양의 물을 가두어 두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시설이다. 당시에는 파손도 심하고 농업 인구가 줄어들자 본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까지. 이것들을 다 바로잡아 더 건강한 생태계를 갖춘 지역으로 거듭날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환경부 장관에게 편지를 써서 직접 드렸다.

그러고 얼마 후에 우편함에 공문 여러 장이 날아왔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이후에 하천과 연결된 하수관에 정화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지자체에서 진행했고, 우리 동네 저수지인 낙생저수지는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생태복원공사를 한다며 낙차보를 철거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며칠 후 거대한 조경석들이 트럭에 실려 왔고, 낙차보가 철거된 구역에 시멘트와 함께 조경석를 박기 시작했다. 수심이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자갈이 깔려 있던 그 구역에는, 징검다리도 생기고 시멘트와 조경석 위로 물이 쫄쫄 흐르게 됐다. 그렇게 생태복원공사까지 끝났다. 아직도 후회한다.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진행한 생태 복원은 오히려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때 편지를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 차라리 낙차보를 언급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으로 내 고장의 지방자치단체 행정이 환경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그 안타까운 실태에 직면했던 셈이다.

2013년 11월, 기능을 다한 용인시 고기동 동막천의 콘크리트 낙차보가 철거되는 모습. 철거 후 남은 잔해들을 치운다면 하천은 서서히 안정적인 생태계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왼쪽) 기대와 달리 낙차보를 철거한 구역에 시멘트를 발라 조경석을 박아두었다. 하천 생태복원공사였다. 징검다리 좌측으로는 기존의 자연스러운 자갈밭이, 우측으로는 생태복원공사 이후에 깔린 조경석이 서로 대비되는 이질감 느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오른쪽) <사진=권순호 학생>

2019년 6월 20일, 그 초등학생 6학년 꼬맹이는 학부생 1학년이 되었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맞이한 첫 종강을 만끽하러, 초등학생 때부터 늘 그랬듯이 낙생저수지를 찾아갔다. 정확히는 낙생저수지 옆에 자리한 무논 습지이다. 예전에 논이었던 이곳은 오래전에 용도를 바꾸어 양어장으로 쓰이다가 방치된 곳이다. 일 년 내내 물이 차 있어서, 다양한 물새와 곤충이 찾아오며 특히 잠자리가 많다. 게다가 2013년에는 이곳에서 보호종인 대모잠자리가 발견되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9년 05월 12일, 낙생저수지 옆 무논 습지에서 대모잠자리 2개체를 관찰할 수 있었다.(왼쪽) 대모잠자리 번식지였던 무논 습지 전경 (오른쪽) <사진=권순호 학생>

대모잠자리(Libellula angelina)는 한국과 일본, 중국 중북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식지가 서해안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도 서식이 확인되는 등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개체수가 적고 서식지도 제한적이어서 환경부에서는 대모잠자리를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다. 대모잠자리 서식지는 부들과 줄 등의 정수식물(emerged plants)이 많은 습지에서 확인된다. 수생식물이 퇴적되어 유기질이 풍부한 곳을 번식지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습지는 주로 저지대에 밀집해 있는데, 오늘날 도시나 개발 지역도 이와 겹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개발에 취약하며 서식지가 쉽게 사라질 위험이 많다.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대모잠자리는 멸종위기종이다. 서식이 확인된 국가가 우리나라, 일본, 중국으로 매우 국한되어 있으며,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Red List에서는 대모잠자리를 CR(위급 단계, 야생에서 심각한 절멸 위기임을 의미함) 등급으로 평가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대모잠자리가 1950년대까지 86개 지역에서 서식했으나 개발에 밀려 서식지 대부분이 사라졌고, 2000년에는 16개 지점만 남기에 이른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일본에서도 대모잠자리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이런 귀한 몸이 우리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낙생저수지 옆 무논 습지에서 대모잠자리가 서식한다든지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등의 학술적 가치가 아니더라도,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그 가치가 훌륭하다. 다양한 생명이 우리 곁에 살 수 있는 환경은, 우리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한다. 이런 생각에, 무더운 날씨지만 그곳을 다시 찾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참을 달려가니 저만치 멀리서 습지가 보였다. 그 자리에는 덤프트럭도 보이고 굴착기도 보인다. 무언가 잘못됐다. 발걸음을 재촉하자 마주한 모습은 이미 흙으로 메워진 습지였다. 상황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지고 눈물이 나는 걸 꾹 참는다. 일단 공사 현장 관계자들 몰래, 흙으로 메워진 습지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곧이어 한 현장 관계자와 눈이 마주쳤다. 일단 급하게 촬영을 위해 꺼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굴착기 소리가 시끄러운 와중에 현장 관계자는 내가 말을 걸었다.

▲ 2019년 06월 21일, 오랜만에 찾아간 낙생저수지 옆 무논 습지는 토지주에 의해 매립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매년 5월 중순 무렵 이곳을 날던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사진=권순호 학생>

“어디서 오셨어요?”

“주민입니다!”

“찍으시면 안 되십니다? 초상권 있어요.”

“안 찍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안 이랬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원래 여기가 사유지고요, 용도가 농지예요. 시에서 똑바로 농사를 지으라고 해서요.”

어안이 벙벙했다. 용인시에서 시켰다니. 관계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용인시는 이곳에서 대모잠자리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이곳에서 농업을 시행하라는 요청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지역 환경 단체인 용인환경정의는 2013년에 이곳 무논 습지에서 대모잠자리가 발견되자, 이곳을 보존하자고 용인시에 제안한 바 있다. 같은 해에 인근 고등학교 학생 단체에서 용인시청과 경기도청 등에 전자민원을 청구하여, 대모잠자리가 서식하는 무논 습지와 낙생저수지 일원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보전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 학생들이 당시 받은 답변은 ‘사유지라 어렵다’ ‘아직 생태계 조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어렵다’ 정도였다. 다수 아쉬운 점이 많은 대응이었지만, 이곳의 대모잠자리 서식 여부를 지자체가 인지하고 있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현장 관계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역 신문에 이미 보도된 바에 따르면, 6월 11일에 토지주가 자발적으로 나서 무논 습지를 매립하였다. 당시 재산권 행사를 위해 습지 매립을 강행했던 토지주, 그리고 이를 반대한 주민과의 대치와 고성이 오갔다. 결국 경찰과 시 관계자까지 동원되어 상황을 정리했다.

300여 평 면적의 이 무논 습지(고기동 12-12번지)는 용인환경정의가 2012년부터 생태계 조사를 진행했던 곳이며,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근거로 보존을 주장해왔던 곳이다. 용인환경정의와 동천마을네트워크 등 주민 일동은 무논 습지를 주요 근거로, 습지 부지가 포함된 고기근린공원 부지의 일몰과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토지주는 습지 보존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습지 보존을 주장하는 지역환경단체의 활동이 최근 들어 잦아지자,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 습지 전체를 매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사유지이고 농지로 분류된 토지라서, 토지주가 농업 목적으로 습지를 메워도 막을 방법이 없다. 충돌이 빚어진 당시 토지주의 발언은, 그간의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20년을 공원 부지로 묶여 아무 개발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던 땅이다. 내년이면 공원 부지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는 희망만 갖고 기다려왔는데, 얼마 전부터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생태습지로 보존해야 한다며 주장하기 시작했다. 남의 땅에 자꾸 찾아와 뭔가를 하고 아이들을 데려와 관찰할 때도(용인환경정의는 그동안 생태계 모니터링과 지역 어린이를 대상 습지 교육 프로그램인 ‘동막골두꺼비학교’를, 해당 습지에서 진행해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그냥 뒀다. 생태적 가치가 높든 낮든 무슨 상관이냐. 내 땅인데 어떻게 쓰일지를 주민들이 결정하고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용인시민신문 2019.06.17 <지키지 못한 ‘대모잠자리’ 서식지…용인 고기동 습지> 발췌

토지주는 자신의 재산권과 그것에게서 오는 편익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해, 습지 매립을 강행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본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소중한 장소로 손꼽았던 무논 습지이다. 그래서 매립되는 광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직후에는, 토지주에게 화도 많이 났고 원망도 들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진정 비판 받아야 할 대상은 따로 있었다. 용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바로 그것이다.

지자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생물다양성 유지와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용인시는 대모잠자리가 낙생저수지 부근에 서식하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습지 보전과 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7년이나 이어져 왔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자연을 보전하여 얻게 되는 편익보다, 행정적 편의만을 좇았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대모잠자리가 발견된 2013년 이후, 꾸준히 무논 습지 보존을 촉구해왔다. 또한 난개발이 끊이지 않는 용인시의 최대 녹지 지대인 수지구 고기동 일대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무논 습지가 포함된 고기근린공원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2012년부터 제안해왔다. 하지만 지자체는 공원 조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대모잠자리 서식지인 무논 습지는 사유지라는 이유, 생태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둘러대며 서식지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 시도도 취하지 않았다.

산 능선 너머까지 집터를 개발하고, 아파트 너머로 마을과 산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지어 경관을 가리며, 아름다운 산림과 계곡이 하루아침에 파헤쳐져 있는 등 용인시는 이른바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권순호 학생>

능선 너머까지 집터를 개발하고, 아파트 너머로 마을과 산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지어 경관을 가리며, 아름다운 산림과 계곡이 하루아침에 파헤쳐져 있는 등 용인시는 이른바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다. (©권순호)

이 대응이 유지된다면 고기근린공원 부지 일대는 2020년 7월에 공원 지정이 해제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부지 공원 조성은 민자에 유치될 가능성이 높이지며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작지 않은 면적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될 것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에서는 비공원시설인 아파트 개발 면적을 전체 부지의 30% 비율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개발이 심각하다고 대중으로부터 비판받는 용인시에서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시행되도록 방치한다면 새로운 난개발을 불러올 것이다.

오늘날 열섬 현상이 여름철 도심을 뜨겁게 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문제는 시민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다준 지 오래다. 이러한 환경문제로 걱정하는 시민들을 진정 위한다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녹지 지대 그리고 공원 부지를 지키는 것이 이로운 방향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시행된다면 개발업자의 수익 창출과 지방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는 데에만 유리할 것이다. 이미 경기도 내 타 지자체에서는 공원일몰제 위험에 맞춰 대책을 빠르게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 공원일몰제의 중앙정부 지방채지원(지방채 2%의 이자 5년 치 50% 국고지원)을 통해 올해 고양시는 800억 원, 성남시는 670억 원, 수원시는 425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등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는 예산 부족의 문제를 해결했다. 공원 관련 예산에 대하여, 고양시는 1000억 원, 성남시는 1330억 원을 투입한다.

용인시와 맞닿아 있는 성남시는 지방채를 발행하여, 내년 7월부터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는 관내 장기 미집행 사유지 공원 8곳을 매입한다. 성남시는 4년간 3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매입 비용을 마련하여(지방채 2400억 원, 일반회계 492억 원, 공원녹지기금 466억 원 등) 부지를 매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한 지방채 발행 동의안이 최근 성남시의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용인시도 이러한 주변 지자체의 행정을 참고하여, 고기근린공원 등의 관내 녹지 지대를 보전할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인지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 해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용인시는 재정사업으로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6월 20일에 열린 용인시의회 시정 질문 답변에서 이태용 푸른환경사업소장은 “일몰제 공원의 확보를 위해 올해 568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고, “2020년 7월 실효 대상 공원 중 3개소 용인중앙공원, 고기근린공원, 통삼근린공원에 대해서 우리 시 자체 공원조성계획의 마련과 실시계획 인가 등을 통하여, 일몰제 공원 해소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연간 300억~400억 원의 보상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답변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잘 된 조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인시는 이전에 공원 조성에 대한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여, 관내 유일한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서식지를 잃었다. 용인시는 이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우리라 짐작한다. 재정을 들여 무논 습지 부지를 미리 매입했더라면 이곳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의 큰 실수를 계기로 용인시가 생태계 보전에 대하여, 추진력과 실천력 있는 행정을 이어 가기를 바란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습지를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보전하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모잠자리가 멸종위기에 처한 일본의 사례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공섬, 쓰레기 매립장, 주택지, 농지 등의 개발에 의해 습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본 환경부에서 실사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1984년까지 해안선 총연장 32,817km 중 55.2%가량만이 개발되지 않고 남았으며, 1991년에는 293km 길이의 해안선이 개발되어 자연성을 잃었다고 한다. 국토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습지의 60% 이상이 사라졌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90%가량 사라진 결과까지 이르렀다. 습지가 줄어들면 본래 기후보다 건조해지는 양상을 띠며, 습지에 의존하는 다양한 생물 종의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지역의 종 다양성까지 저하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실수로 일본은 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습지 복원에 착수한다. 논으로 개발된 장소에 습지를 복원하여 논과 습지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형태의 생태 복원이 이루어졌으며, 다양한 물새가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동시에 농촌의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앞선 사례가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자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습지 복원이 추진되었다. 1998년, 일본 내 토지주들은 총 50ha의 부지를 습지로 복원하는 데에 협력하였다.

미국은 강력하고 체계적인 법률을 통하여 습지 보전 대책을 마련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헌법과 그 이외의 법률에서 습지 보전을 명시하고 있는데, 헌법에서는 습지 보전 및 규제 권한이 연방 정부의 독점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방정부, 주 정부, 지방 정부, 이렇게 세 주체로 나뉘어 운영한다. 『River and Habor Act(1899)』에 따르면 항행 수로의 매립, 배수 등에 대하여 육군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1969년부터는 플로리다 해안에서의 준설, 매립하는 자는 공병단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했다. 또한 『Federal Water Pollution Control Act: FWPCA(1972)』와 『Clean Water Act(1977)』에서도 미국 내 호소 구역 등에 대한 준설, 매립에 대한 허가 규제를 적시했다. 습지 이용 허가는 General Permits(이하 ‘일반 허가’; 하천 제방 정비 사업, 소규모로 진행되는 사업 등)와 Individual Permit(이하 ‘개별 허가’; 통상적으로 60일 처리)로 분류되며 대부분의 허가는 후자인 개별 허가에 속한다. 개별 허가의 경우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성을 평가하는데, 보전, 비용, 경관, 환경, 야생생물의 가치, 범람 예방, 공공복지, 역사적 가치, 물의 질 등의 항목으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평가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Coastal Zone Managemant Act(1972)』, 『Nationsl Environmental Policy Act(1969)』, 『conservation and Trade Act』 등의 관련 연방 법안에서 습지 보전 규정을 적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실천적인 대책을 발 빠르게 시행한 사례를 보여준다. 독일은 총면적 9,000km²의 갯벌과 해안 습지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갯벌 보유국이다. 독일에서는 연구를 기반으로 갯벌의 중요성을 홍보하여 오래전부터 갯벌 및 해안 습지 보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여왔다. 독일 내 각 지자체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모든 갯벌 구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현재 갯벌을 세 등급의 구역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전체의 54%는 관계자의 엄격한 제한과 안내에 의해서만 접근과 관측이 허용되는 제1구역이며, 45%는 수로 등의 완충 지역에 해당하는 제2구역, 나머지 1%만이 휴양이 허용되는 제3구역이다. 1%만 차지하는 제3구역은 연안 전역에 널리 분포시켜 휴양객이 몰리지 않도록 계획 지정했다. 이외에도 갯벌을 연구하는 기관과 관리사무소 등이 설치되어 효과적인 갯벌 및 해안 습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가 최근 떠오른 문제인 공원일몰제에 발맞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매번 위험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으로는 국내의 자연환경을 지속해서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해외의 사례와 같이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보전 방안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를 어린 세대에게 물려주며, 사람과 다른 종들이 함께 공존하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꿈꾼다. 너무 큰 기대도 아니고, 이상적인 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선진국이 그러한 노력을 상세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고기동 무논 습지에서 생물을 관찰했던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래도 꾸준히 사진을 찍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록을 보는 사람들은, 집과 목숨을 잃은 이 생명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그 미안한 마음은 단순히 불편한 감정을 넘어서,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권순호)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장소는 제법 많다. 한 곳이라도, 한 생명이라도 더 지켜낼 수 있길 바란다. 고기동 무논 습지와 그곳에서 살던 대모잠자리 같이 소중한 것들을 더는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기동 무논 습지의 힘없이 작고 아름다운 생명들. 그들을 그리워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글의 끝을 맺는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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