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점검업소 핑계로 손 놓은 상주시청, 돈 없다며 매연 측정도 안 해··· 시민들 분통

[상주=환경일보] 김영동 기자 = 시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병원이 되레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해당 병원이 자율점검업소라며 수수방관하고 있어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북 상주시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모 대형병원이 수년 전부터 2톤과 2.5톤의 대형 보일러를 가동시키면서 벙커C유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배출시켜 이로 인한 미세먼지와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가격이 싼 대신 품질이 낮은 벙커C유는 대형 보일러, 대형 디젤 기관 등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연료에 포함된 황 성분은 연소 시 아황산가스와 미세먼지를 발생해 대기질을 악화시킨다.

산성비와 호흡기 질환, 대기오염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장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저급한 연료다.

본지는 이와 관련 주변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병원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병원 굴뚝에서 날아오는 시커먼 매연 때문에 옥상에 옷이나 곶감 등을 말릴 수가 없다”면서 “가끔씩은 찜찜한 소독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매연 냄새 때문에 문이란 문은 완전히 닫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래도 이웃이라 참고 살았는데 이 일로 찾아왔기 때문에 말씀드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주민은 “시민들은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될 병원이 청정지역 상주시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당국의 단호한 조처와 병원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시 대형병원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상주시민>

돈 없어서 매연측정도 못 한다는 상주시

시민들이 이처럼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담당 지자체인 상주시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병원이 선의를 베풀어 보일러를 교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상주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런 민원이 접수됐다”며 “노후화된 보일러가 원인인 것 같아서 병원에 청정연료 사용과 보일러 교체를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배출 매연의 성분 분석을 위한 시료 채집과 관련해서는 “이 병원이 자율점검업소로 분류돼 있어 1년에 두 번씩 자가 측정하고 있으며 시에서 측정하기에는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병원에서 오는 8월 중에 보일러를 도시가스로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 이를 지켜본 후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민원 때문에 보일러 교체를 고민해 왔다. 오는 8월에 도시가스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병원은 배출신고 시설로 2014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황 함유량 비율을 0.5% 이하 중유를 공급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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