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혁신·발전 이룰 강력한 파트너 ‘대학’의 역할·변화 필요
산학협력 네트워크 구축, 실무형 인재양성, 정책적 지원 시급

[국회=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최근 리빙랩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관·산·학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빙랩은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현장 중심의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리빙랩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며, ‘북촌 리빙랩’, ‘성대골 리빙랩’, ‘대전 건너유 리빙랩’ 등 전국 각지에서 성공사례를 보이며 지역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김성수 의원과 건국대 등 전국 18개 대학 ‘LINC+ 사업단’(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및 관련 연구기관 2곳(한국리빙랩네트워크, 한국산학협력학회)이 모여 지역사회 속 대학의 역할 전환과 리빙랩의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3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대학 리빙랩 네트워크 발족식 및 리빙랩 포럼’을 개최했다.

리빙랩 포럼에 참가한 전국 대학의 관계자 및 발표자 단체사진 <사진=김봉운 기자>

이날 1부 행사로 진행된 발족식과 2부에선 최태진 한국연구재단 산학협력실 실장이 ‘LINC+와 대학 리빙랩’,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송위진 선임연구위원과 동국대 이의수 LINC+사업단장의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리빙랩을 통한 대학의 새로운 역할 기대

과학기술 환경 변화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사회는 새로운 지식의 지속적 창출을 요구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지식 생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대학의 모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회와 위기에 직면해 양자택일의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감에 우선적인 변화의 모습으로 대학은 학과 구분을 넘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 지식을 통해 이론과 실천이 융합되는 새로운 연구와 교육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학과의 융·복합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 중 대학은 지역 인프라를 기업과 지역사회에 개방해 교직원, 학생, 주민, 기업체, 지역사회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잠재적 패널로 활동하는 상생협력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 등 18개 대학은, 대학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지자체 및 관련 기관,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리빙랩’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시민들에게 ‘리빙랩’은 낯선 단어이다. 지역사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자 구축한 플랫폼인 ‘리빙랩’은 정작 수혜자인 지역주민들이 이와 관련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수여자인 대학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빙랩’으로 변하는 지역사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현장 전문가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우선 동국대학교는 ‘동국 리빙랩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지난 1월 본교 학생 14명과 서울, 대전, 광주 등 우수 사례지역을 방문해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국대학교 ▷지역주민의 문제점 분석 및 해결방안 실험 ▷수요자 중심 사회혁신 ▷행정 중심 사회문제 해결→주민·대학이 참여 해결 방법으로 전환 ▷대학과 지역사회 및 기업 간 당면 과제 해결 ▷상호 간 만족하는 산학협력 성과 창출 ▷현장 실무형 교육기회 강화 ▷현장 실무형 교육 추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에 참여했던 1조 학생들은 ‘소중한 충무로 인쇄골목, 이용자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주제로 최종 보고서로 제출했다.

우선, 지역의 일반적 특성으로 오래된 역사와 훌륭한 기술 이면에는 폐쇄적 분위기와 오염된 환경으로 지역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학생들은 판단했다. 아울러 인쇄골목에 대한 장인들의 애정 부족이 나타났는데, 학생들의 인터뷰 결과 상인들에게는 충무로 골목은 단지 일하는 공간일 뿐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본래 “퇴계로에 있던 인쇄골목은 임대료가 상승해 여러 곳을 옮긴 후 정착한 곳이 충무로”라며, 오랫동안 지켜온 소중한 공간이 아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공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으로 학생들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에 학생들은 골목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문제로 지적되는 ▷노상방뇨 행위 ▷담배꽁초 투기 ▷고성방가 행위 등을 개선해 골목의 작은 변화를 이끌고자 지역주민들과 상의 후 결정했다. ▷노상방뇨 방지 전등 설치 및 공중화장실 설치 ▷담배꽁초 수거기 설치 ▷가난 개선 및 공통 전등 설치 등을 통해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인쇄골목의 변화가 하나둘 일어나 환경이 변하게 됐으며, 인쇄골목의 지역주민 접근성 강화를 통해 인쇄문화 거리가 편리해진 관광지로 부상하는 등 학생들의 리빙랩 실천사례가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외에도 대전대학교, 동명대학교, 한림대학교, 경상대학교, 경남대학교 등 다양한 학교에서 발표자들이 사례를 전하며, 지역사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대학의 모습을 소개했다.

지역사회 활성화, 강력한 파트너 대학의 역할

지정토론에는 전주대 한동승 지역혁신센터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는 대전대 계신웅 센터장, 동명대 노성여 센터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 한림대 이강 교수, 민주연구원 이경아 연구위원, 경상대 장후은 교수, 경남대 장은희 센터장, 한국교육개발원 최정윤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지정 토론자 및 발표자  <사진=김봉운 기자>

이 연구위원은 “대학이 지역발전에 있어 중요한 주체로 부각되는 최근의 흐름에 따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사업도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혁신과 지역발전을 이룰 지자체의 강력한 파트너로 대학이 주목받고 있다고 밝히며, “리빙랩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 모델이며 앞으로 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캠퍼스 혁신파크가 정착되면 일상적인 산학연 협력을 통해 대학과 지자체가 지역전략산업을 연계하고, 대학이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기업이나 연구소는 부족한 연구인력 공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는 혁신파크 내 기업과 연구소의 제반업무를 돕고 금융지원을 주거와 문화 시설에 제공해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장 교수는 리빙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한계에 대해 “대학 리빙랩이 활성화되고 대학 교육과정과 지역사회에 체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지역사회 혁신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 주도로 지역사회 산학협력 네트워크 및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과 및 비교과 교육과정으로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대학 내 담당 조직 및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대학들을 중심으로 지역협업센터 등 관련 전담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전국 대학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학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각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지역사회 활동가들을 대학 교육과정에 참여시켜 실질적인 지역사회 연계와 협력이 이뤄지도록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대학 리빙랩은 아칙 초기 발전단계에 있다며 오늘 발족한 대학 리빙랩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검토하고 다양한 산학 협력 모델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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