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균형 평가하고 인간·자연 공존할 최적안 찾아야

최근 서울 상계동 수락산 인근 멧돼지 출현으로 소동이 벌어졌다. 등산로 초입에 멧돼지 6마리가 나타난 것을 본 등산객이 경찰에 신고했다.

곧 이어 엽사가 출동해 현장에서 멧돼지 2마리를 사살했고, 산중턱에서 추가로 2마리를 사살했다. 나머지 2마리는 산 속으로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사살된 멧돼지들은 다 자란 성체가 아닌 어린 멧돼지였는데도 무게가 30~40kg 정도로 덩치가 크고 위협적이었다는 평가다.

올해 수락산에서만 멧돼지 30여 마리가 포획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약수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여름철 등산객들에게 멧돼지는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멧돼지를 봤을 때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나무 뒤에 몸을 숨기라는 것이 대책의 전부다.

멧돼지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일뿐만 아니라 기껏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쳐 재산상으로도 적잖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 농가 피해액은 파악된 것만 매년 100억원이 넘는다. 멧돼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해석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지금의 10%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멧돼지수를 우선 조절하지 않을 경우 북한 접경지역을 통해 ASF 유입 가능성이 있고, 멧돼지를 통해 전국 규모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2마리로 이미 포화상태라 멧돼지 간 순환감염 가능성이 크고, 멧돼지 사체로 다른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

국내 멧돼지 수는 약 30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연간 3.3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3만 마리 수준까지 감축해야 확실한 감축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ASF가 발생하면 발생지 포함 300㎢ 내 집중사냥지역에서 멧돼지 수렵 때 수렵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렵견 없이 멧돼지 수렵은 매우 어려워 ASF 발생 이후 멧돼지수를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바이러스가 빨리 확산할 우려가 있다.

반면, 멧돼지들은 영역을 침범 받는다고 느끼면 다른 영역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멧돼지를 몰지 말고 한정된 지역에서 포획틀로 잡거나 울타리를 설치해 집돼지와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멧돼지는 먹이사슬이 무너진 자연생태계에서 더 이상 천적이 없는 최상위포식자가 됐다. 생물다양성 유지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균형이 깨진 상태라면 지금처럼 자연에 맡겨서 해결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한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 조사와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인간도 보호하고, 자연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