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 거주 해발 3094m 고지대 빈민촌에 설치 케이블카 '트랜스미케이블' 시찰
서울시 수출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버스-케이블카 간 무료환승…이동편의+교통비 부담↓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시장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서울의 교통카드 시스템과 국내 ICT 기술로 보고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대중교통 혁신현장을 찾았다.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박원순 시장은 13일 오전 10시 해발 3094m 고지대(종점기준)에 위치한 보고타 남부 시유다드 볼리바르(Ciudad Bolivar)에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된 케이블카인 ‘트랜스미케이블(Transmicable)’을 직접 탑승하고, 케이블카-간선버스 간 무료 환승시스템을 확인했다.

이 지역은 60년대부터 이어진 내전 난민들이 모여 사는 보고타시 최빈민가로, 약 70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에서 간선버스 정류장까지 마을버스로 60분을 넘게 가야할 정도로 교통이 열악했지만 2018년 12월 ‘트랜스미케이블’이 개통하면서 이동시간이 15분으로 대폭 단축돼 주민들의 이동편의가 크게 개선됐다.

‘트랜스미케이블’은 총연장 3.34㎞(1개 노선), 4개 정거장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총 163개 케이블카(정원 10명)가 시속 20㎞로 오가며 시간당 7200명을 실어 나른다.

내부에는 자전거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접의식 의자, 와이파이, 보안용 카메라가 장착돼 있으며, 구청, 도서관, 공원 같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주변에 정거장을 배치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요금은 보고타의 대표적 관광지인 몬세라트 언덕에 운영 중인 케이블카에 비해 1/10 이하로 저렴하다.

특히, 보고타시의 핵심 대중교통 수단인 간선버스와 케이블카 간 무료 환승이 가능해 이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 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낮춘 것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무료 환승시스템은 지난 2011년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이 보고타로 수출되면서 구축된 것으로, 오늘날 보고타의 혁신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의 토대가 됐다.

서울시는 하나의 교통카드로 버스, 지하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교통카드 시스템을 2003년부터 구축, 현재 교통카드 이용률은 지하철 100%, 버스 98.96%에 달한다.

거리비례요금제, 환승할인제 같이 시민들이 보다 경제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체계도 이런 교통카드 시스템이 기반이 되고 있다.

나아가 교통카드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심야 ‘올빼미버스’나 출퇴근시간대 차내 혼잡이 심한 구간만 반복 운행하는 ‘다람쥐버스’ 등 수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버스서비스를 공급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도 잘 알려진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전 콜롬비아 대통령은 2015년 한국-콜롬비아 양국 정상과 주요 경제인이 참석한 '한-콜롬비아 비즈니스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교통카드 기술을 극찬하며 대한민국의 우수한 ICT 역량이 보고타 교통체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서울시는 작년 여름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한 달 생활 이후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통해 오르막이나 구릉지대 지역 주민을 위한 신(新) 교통수단 도입 계획을 밝히고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앞서 방문한 메데진과 보고타의 다양한 대중교통 사례를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는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함께 보고타에 관련 기술을 수출한 LG CNS의 콜롬비아 현지 직원이 동행해 서울의 정책이 보고타에서 어떻게 적용돼 사용되고 있는지 직접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앞서 오전 9시에는 콜롬비아 현지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설인 ‘보고타 세종학당’을 찾아 양삼일 세종학당 이사장 등과 양 도시의 문화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콜롬비아 미술계의 거장 알렉스 사스토케(Alex Sastoque)가 함께했다. 알렉스 사스토케는 박원순 시장의 보고타 방문을 기념해 평화를 상징하는 자신의 작품 '변신(Metamorfosis)'을 서울시에 영구기증했다.

이 작품은 호안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식(2016)에 공식 기증한 것과 동일한 작품이다.

알렉스 사스토케의 작품 '변신(Metamorfosis)'은 2015년 콜롬비아의 무장반군단체와 콜롬비아군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AK-47 소총을 본 따서 제작한 청동 작품이다.

오후 3시에는 현지 K-POP 팬들의 경연대회인 'K-POP 페스티벌 in 보고타'에서 축사를 통해 콜롬비아 시민들에게 서울을 홍보했다.

주콜롬비아대한민국대사관(대사 김두식) 주관으로 열리는 이 경연에는 2000여 명이 참가해 재외공관에서 개최하는 경연대회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의 전통무용과 노래 등 2개 부문 경연이 진행되며 우승자에게는 K-POP 본고장인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오후 4시에는 볼리바르 광장과 라칸델라리아 역사지구, 보테로 미술관 등 오래된 수도 보고타의 역사적 건축물이 잘 보존돼있는 보고타 역사문화보존지구를 시찰, 2천년 역사도시 서울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오후 7시 김두식 주콜롬비아 대사 주최 만찬 간담회에 참석, 콜롬비아 주요도시와 서울시 간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박원순 시장은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서울과 보고타는 지구 정반대에 있지만 보고타도 서울시의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고타시가 고지대 빈민촌에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한 것은 서울시 정책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상호 정책 교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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