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사회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교육 필요

[환경일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일이었다. 한번은 깜빡 잊고 화장실 조명을 끄지 않았는데, 아이가 “아빠, 지구가 아파”라며 화장실 조명을 껐다.

당시에는 “이젠 어린이집에서도 환경교육을 하다니 좋아졌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린이집만 환경교육을 하는 게 현실이었다. 이제는 훌쩍 커서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학교를 간 뒤에 켜져 있는 조명을 대신 꺼줘야 한다.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라돈, 미세 플라스틱,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환경문제는 갈수록 많아지고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식고 있다.

공돈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데, 반대로 진정한 공공재인 환경은 누구의 문제도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환경교육 만족도는 27.6%에 불과하며 학교 환경교육이 침체되면서 중등 과정의 환경과목 선택 비율은 2007년 20.6%에서 2018년 8.4%로 급락했다.

게다가 2009년 이후 환경교사를 한 명도 채용하지 못하면서 매년 4개 사범대학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환경교육 전공자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다.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어른이 된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에서도 적절한 환경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어른들의 환경의식은 심각할 정도로 낮다.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무단배출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당초의 조업정지 처분을 뒤집고 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을 보면 우리 사회 낮은 환경의식은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미세먼지는 심각하지만, 제철소가 보는 손해는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인지,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했음에도 언론조차 제철소 편을 들고 있다. 피해는 국민 전체가 입고, 이익은 몇몇 대기업이 가져가는 기이한 구조가 당연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

망가져버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바꾸려면 중국의 협조는 물론, 우리 사회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그 조차도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대신 환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면 환경을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다. 국민들의 환경인식이 확고하다면 언론이 지금처럼 실정법을 위반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기업의 손을 대놓고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도 체육시간에 자습을 시키거나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가 태반이다.

사회 환경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환경단체는 급진주의와 동급으로 여긴다. 우리 사회 부조리한 면들이 환경과 맞닿아 있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급진주의자 취급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약 3000여개의 환경교육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제도적 미비로 정확한 실태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환경의식을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교육계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할 일을 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단순히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 아직 지속가능한 방법이 통할 때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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