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인터뷰

올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aT센터=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중국의 한반도 미세먼지 책임론은 외교 문제로 번질 만큼 ‘뜨거운 감자’다.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서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 중국의 기여도는 평상시 30~50%, 고농도 시에는 60~80%에 이른다.

반면 기후변화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대기 안정도가 증가하면서 대기 중 오염물질을 정체시켜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후기술대전'에서 김경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를 만나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국의 영향,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김경환 연구팀장은 최근 측정분석관련 컨설팅차 몽골을 방문했으며, 이전에는 중국 북경대학교와 중국환경과학원을 다녀왔다.

Q. 일본은 중국과의 미세먼지 마찰과 관련해 발 빠른 대응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A.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현지에 미세먼지 저감과 발생억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최근 몽골을 방문했는데, 울란바토르 오염이 심해지는 추세다. 이곳에는 이미 일본의 대기관측소가 3~4개씩 들어가 있었다. 이미 발 빠른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Q. 미세먼지가 중국 현지서 얼마만큼 발생하고,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는 상황인가

A. 중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기상자료나 모델링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발표한 전문가들이 있다. 지난 2월 고밀도 먼지가 발생했을 때, 보통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발생해 고기압 하강기류로 편서풍을 타고 이동했다. 때마침 기압골이 한반도에서 자리하면서 정체를 가중시켜 국내오염원과 누적 효과를 일으켰다.

Q. 중국 정부는 지난 1월과 3월 “한국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하라”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나

A. 가능하다. 북경은 좋아지는데 서울은 나빠지니 한국 책임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서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오는데 걸리는 기간이 보통 이틀이다. 따라서 같은 날 같은 시간을 비교하는 건 어폐가 있다. 보편적으로 중국의 농도가 높으면 2~3일 뒤 한국의 농도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산업화 단계에서는 저감효율이 높았다. 중국은 지금 그 단계이므로 오염저감효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좀 더 세밀한 과학적 접근으로 미세먼지를 제어하려는 단계다. 중국과의 비교는 형평성이 없다.

Q. 한국은 인공위성 예측 결과를 근거로 중국 책임론을 내세운다. 이 데이터에 대한 생각은

A. 오차가 크다. 구름이 껴있으면 측정할 수 없다. 인공위성에서 이미지를 촬영해 광학적인 값으로 변환한 뒤 간접적으로 산출하는 방법이다. 현재 환경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경우 좀 더 정밀한 측정을 기대할 수 있다. 위성자료 상의 이미지를 가지고 증거를 말하기에는 신빙성이 없다. 그게 구름인지 미세먼지 층인지 논란도 있다.

Q. 미세먼지 관련 중국과의 마찰에 있어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있나

A. 중국을 무조건 압박해봐야 호소력이 없다. 외교적 마찰만 유발할 뿐이다. 중국의 실상을 보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예산과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를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 않나. 지정학적 위치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만일 중국의 산업화가 한국보다 빨랐다면 미세먼지 문제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생활의 질이 향상되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중국이 실제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확인한다면 쉽게 중국 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기환경에 있어선 분명 중국이 한국을 훨씬 더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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