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피해 무시한 환경마크제도 개선, 철저히 관리해야

소비자들의 구매기준은 과거 가격과 품질이 우선했지만,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정보들을 접하면서 ‘친환경’이 부각됐다. 같은 값이라면 물론이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친환경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스스로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보니 정부나 기관에서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인증표지를 믿고 구매하고 있다. 만약 그 기준이 잘못됐거나 제도운영에 허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환경마크제도는 같은 용도의 타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그 제품에 환경마크를 표시해 소비자가 구매여부를 판단케 한다.

여기서 ‘제품의 환경성’이란 재료와 제품을 제조·소비·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정도 및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정도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뜻한다.

환경마크제도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환경정보를 제공해 환경보전활동에 참여토록하고, 기업에게는 친환경적 구매욕구에 부응하는 환경친화적 제품과 기술을 개발토록 유도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생활을 이룬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제도를 만들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경일보가 최근 벽지제조 하청업체 현장 취재를 통해 발견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친환경 제품으로 인증을 받기 전에는 인증기준에 따라 재료를 사용하지만, 일단 인증 이후에는 재료를 바꾸는 등 탈법·편법을 동원해 원가절감에 치중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청업체는 이런 사실에 대해 ‘우린 모르는 일’로 일관하며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 넘긴다. 그러고도 ‘친환경소재·고객행복’을 내걸고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다고 포장한다.

인증기관도 문제다. 말로는 전과정을 본다고 하지만 실제는 완성품 위주로 판단해 관리하고 있다. 제품 점검도 실사를 나간다고 미리 통보해 문제되는 부분을 미리 숨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톨루엔은 VOC 계열의 대표적 유해물질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대부분의 유기용제 중독처럼 중추신경계 중독증상을 유발한다. 급성 고농도 노출시 사망할 수 있다. 저농도 만성노출의 경우 심근병, 저칼륨혈증, 신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루엔은 메틸에틸케톤이나 에틸알코올보다 가격이 1/3 정도 저렴하다 보니 벽지공장 등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톨루엔을 사용한 한 벽지공장의 경우 제품제조과정에서 작업자들은 무방비로 노출돼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게 작업자들을 희생해 만든 제품들은 일정시간 보관하면서 휘발시킨 후 기준치 이하로 평가받아 ‘친환경제품’으로 팔려나간다. 삼류 코미디 쇼를 보는 느낌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그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인증기관, 원청업체, 하청업체 중 누가 먼저 책임져야 할까.

제품 인증 및 사후관리 등 환경마크 제도 운영 전과정에 대해 서둘러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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