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인근에만 벌써 22기 가동 중… 환경‧건강 피해 심각
‘한국은 현재 세계 3대 석탄발전 투자국’ 환경오염 수출 비판

[환경일보] 한국이 수출하는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이 원고인단을 구성해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국내에서 이처럼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발전소는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로,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부근에 건설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이 건설을 맡는 대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필요한 금융 조달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컨소시엄 지분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부발전은 운영서비스 제공을 제안 받았다.

이에 대해 중부발전 관계자는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원고인단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초래할 환경‧건강 피해를 근거로 국내 공적 금융 기관들의 금융 주선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법률 대리인(법무법인 최선)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9일(목) 제출했다.

총 2000㎿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해 올해 3월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사의 자회사 IRT와 두산중공업가 1조6000억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공적 금융 기관들이 대출 자금과 무역보험을 제공하겠다는 대출의향서를 발급하면서 참여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말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4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올해 말에 수조원 대의 대출금 집행이 예정돼 있다.

환경단체들은 자카르타의 악명 높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을 도심 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인근 지역의 석탄 발전소를 지목하고 있다.

소금 채취 및 농·어업 수입 감소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는 석탄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수도인 자카르타는 도심 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인근 지역의 석탄발전소가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가 밀집된 자카르타 주변 지역에만 현재 22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앞으로 7기의 발전소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

석탄발전소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소금 채취가 줄고 농·어업 수입이 감소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 및 심혈관계 질병 등의 발병이 늘고 있어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찌레본 1‧2차 및 칼셀 등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이 투자한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미 가동 중이어서 한국도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인니 화력발전소 건설부지 현장 <사진제공=기후변화솔루션>

한국 석탄발전 수출은 ‘내로남불’

원고 측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책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석탄발전소 건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소송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고 중 한명이면서 발전소 주변에 가족을 두고 있는 바유딘(28) 씨는 “발전소 인근의 어획량이 현저히 줄었고, 온갖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는 대기 줄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추가 건설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석탄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원고인단만이 아니다. 올해 7월 자카르타 시민들은 대기질 악화의 책임을 물어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소에 대해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반둥 지방법원은 환경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인 조코 수랄라야(가명, 27) 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될 경우 건강 피해가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1년 전 아버지는 뇌암으로 돌아가셨다. 대기 오염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극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6개월 된 우리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걱정 없이 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 손민우 캠페이너는 “우리나라는 국내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해외로는 공적 금융을 통해 낙후된 기술의 석탄발전소를 지원하며 대기오염을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한국인들도 원고인단으로 참여

한편 한국 국민들의 세금이 기반이 된 공적 자금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돼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피해를 입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 국내 납세자들을 대표해 한국 시민들도 이번 원고인단에 참여했다.

한국인 원고인 황선자(57) 씨는 “세금이 옳은 곳에 쓰이길 바란다. 우리의 세금이 해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게다가 석탄 사업은 망해가고 있다. 손해가 자명한 곳에 혈세가 낭비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서가 제출된 시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해당 석탄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국 공적 금융기관들이 투자한 여러 석탄화력발전소 사업들로 이미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며,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가처분 관련 현지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책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원고인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현지 시민들과 환경 단체들은 이번 가처분 소송 외에도, 한국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의 무분별한 석탄발전 투자를 규탄하는 운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비판은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세계 3대 석탄발전 투자국으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왔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석탄 사업에 지원한 자금은 약 11조 3000억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가 약속한 지구 기온상승 1.5℃ 이내 억제 목표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국내외에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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