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폐비닐 연간 7만톤 논밭에 방치, 재활용 관리도 엉망진창

[환경일보] 한국환경공단이 농촌 폐비닐 재활용 위탁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위탁업체는 반납해야 할 판매대금을 자체통장에 입금하는 등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에서 발생한 폐비닐을 고령의 농민들이 집하장까지 운반해줬고, 재활용을 위해 혈세까지 투입했는데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환경공단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이 위탁업체가 제멋대로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농촌 폐비닐 재활용 사업은 문제가 있었다.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일부 업체들이 폐기물 무게를 늘려 허위 전표를 발행하거나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재활용 시장에서 흔하게(?) 저지르는 횡령과 배임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이에 지난 1월 환경공단은 공정관리시스템의 현대화를 위해 IoT(사물인터넷) 기반 설비운영 및 전력사용 등 데이터 수집체계를 개선해서 기존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과의 시설운영실적 자동연계로 업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농촌 폐비닐 재활용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환경공단은 어쩌면 자신들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이 위탁업체들이 제멋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랬기에 올해 1월 허겁지겁 ‘IoT 기반의 시설 관리’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를 써가며 시스템 개선을 홍보했을지도 모른다.

전국 농촌에서 연간 발생하는 폐비닐 약 33만톤 중 약 21%인 7만톤은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이 고령화 되면서 집하장까지 폐비닐을 운반하기에는 대부분 거리가 너무 멀다.

‘분리수거만 철저하게 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 지자체들은 주택가 재활용쓰레기만 수거할 뿐 논밭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농약과 폐비닐은 집하장에서 수거하고 있지만 나머지 재활용품은 집으로 가져가 다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논밭에 버려지는 것은 폐비닐만이 아니다. 농약병을 포함한 온갖 쓰레기가 버려지고 결국에는 땅에 묻거나 소각된다. 무분별한 매립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노천소각은 대기환경을 오염시킨다.

요즘 사회 이슈인 미세먼지 원인물질은 물론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물질도 대기로 방출된다. 과거에도 노천소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노천소각은 폐비닐, 농약병, 플라스틱 등이 섞여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노천소각이 적발돼도 대부분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적발된 노천소각 가운데 계도로 종결된 비율은 92%에 달한다. 불법소각 대부분이 농어촌 어르신들이 소규모 잔재물을 태우는 것이라서 인정상 강한 처벌을 하기 어렵다.

농어촌 어르신들의 노천소각을 강하게 처벌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어르신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처벌을 강화한다면 전과자만 양성할 뿐이다.

환경공단이 자랑하는 폐기물관리시스템 ‘올바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감사원의 지적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올바로를 바탕으로 제조자가 폐기물까지 진짜 책임지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전국 곳곳에서 폐비닐을 태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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