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적금융기관들, 해외 석탄발전 투자 자제해야

[환경일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동참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금융을 실현하고,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며 이를 적극 이행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환경적 이유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도 화력발전소는 미래 먹거리가 아니다.

실제로 노후 석탄발전소는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작년 한해 총 31GW에 달하는 석탄발전이 폐쇄했다.

미국은 이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7.6GW 규모의 노후 발전소의 문을 닫았다. 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 건설 또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84% 감소한 수치다.

특히 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 설비 용량의 85%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석탄발전 허가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는데 골몰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은 말로는 녹색경영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난해 석탄발전 금융투자를 46% 늘렸다.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국가다. 국내에서는 5.4GW 규모의 신규 발전소가 건설 중이고 2.1GW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석탄발전은 여전히 국내 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신규 석탄발전소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이다. 두산중공업이 건설을 맡는 대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필요한 금융 조달에 나서고 있다.

결국 대기오염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원고인단을 구성해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국내에서 이처럼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토픽에 실릴 만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미세먼지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시에 비견될 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한나라의 수도임에도 주변에는 화력발전소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인구가 밀집된 자카르타 주변 지역에만 22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앞으로 7기의 발전소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

이런 곳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적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투자해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세먼지로 한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담배보다 많은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국민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다. 금융기관들은 굴뚝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세먼지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 역시 이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탓하면서 정작 우리는 개도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해 돈을 벌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글로벌 환경문제이며, 환경오염 수출은 단순히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Made in Korea’라는 가치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격을 결정짓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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