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평등법 위반 사건 1.8%만 기소··· 심지어 근로감독관이 합의 종용

[환경일보] 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처벌은커녕 오히려 면죄부만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년 고용평등법 위반 신고사건 처리 내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과태료 및 기소)는 12.8%에 불과하고 기소율은 1.8%에 그쳤다.

1987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우리나라 법상 최초로 ‘차별’의 정의를 규정한 법으로, 남녀를 달리 대우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직‧간접적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평법의 개정으로 성희롱 및 성추행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은 강화됐지만 회사 내에서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남성 중심의 근로행정 여전

그러나 시행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증가한 신고 건수에 비해 처벌은 미미하고, 성희롱 피해 신고 사건 처벌조차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 ‘과태료 처분’으로 종결돼 피해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OECD 1위의 성별임금격차, 직장 내 성폭력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의 문화에 익숙한 근로감독 행정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고용평등법 위반 신고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2017~2019년 법 위반 신고 접수로 처벌까지 진행된 경우는 444건으로, 전체 신고 사건 중 12.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7년 15.5% ▷2016년 13.2% ▷2019년 8.5%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며, 특히 기소되는 건수는 ▷2017년 21건 ▷2018년 33건 ▷2019년 상반기 10건에 불과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위반 없음’으로 처리되는 경우는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으며, 신고인의 불출석을 들어 종결하는 등 실질적으로 행정종결을 의미하는 ‘기타종결’의 경우는 전체 사건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 의원은 “고용평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과는 반대로, 노동부의 면죄부 부여식 행정 처리를 의미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도별 고용평등법 위반 처리현황 <자료출처=고용노동부, 한정애의원실 재취합>

근로감독관이 사업주 편 들어

특히 고평법의 개정으로 성희롱 및 성추행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은 강화됐지만 회사 내에서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건이 자체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동부의 지도‧감독 및 규제가 더욱 필요하지만, 일선 근로감독 현장에서는 이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정애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신문고 신고내역을 살펴본 결과, 접수된 신고내역만 살펴보더라도 ▷근로감독관이 회사와 합의를 종용한 사례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건 발생에도 조사는커녕 다른 피해자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사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출처=고용노동부>

노동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7년 12월 여성일자리 합동대책 발표 이후 전국 47개 지방노동관서에 ‘남녀고용평등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을 단계적으로 배치해 2019년 8월 말 기준 전담 감독관은 51명에 달한다.

그러나 관서별 평균 1명의 전담 근로관이 모든 사례를 공정하게 확인하기에는 여전히 턱없는 숫자다.

한 의원은 “노동부는 고용평등법 위반 적발 등 근로감독제도 전반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노동 현장에서 사법경찰 역할을 하는 근로감독관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남녀고용평등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의 추가 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