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판단에 맡기는 차량규제가 빛 좋은 개살구 될 수도

‘미세먼지 시즌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 일정 기간 평상시보다 강력한 감축 정책을 추진해 기저 농도를 낮추는 집중 관리대책이다.

최근 서울시 주최 시민토론회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12월~3월 기간 중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자는 계획에 적잖은 시민들이 찬성했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의 대도시에서 겨울과 이른 봄철에 시행하고 있다.

5등급 차량은 전체 차량 대수의 10%에 불과하지만, 내뿜는 미세먼지는 전체 차량 배출의 50%를 넘기고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서울시 전역에서 약 4개월간 5등급차량 운행제한을 실시한다면 초미세먼지 약 16.3%, 질소산화물 약 9%를 저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은 시즌제 도입 자체는 대체로 찬성했지만, 도입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홍보·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2월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올해 12월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차이 없이 맞섰다.

운행 제한 기간도 평일에만 시행하자는 의견과 주말·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매일 하자는 의견으로 이분됐다. 제한 시간에 대해서는 출·퇴근 시간만 하자는 의견이 52.6%로 가장 많았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으로 인한 시즌제 도입은 찬성하지만, 생존권 보장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시즌제 도입과 관련한 기타 의견으로는 5등급 차량 저감장치를 설치할 정비소가 포화 상태라 운행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단속기간을 유예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에 많은 경유차와 화물차가 운행 중이기 때문에 배출가스 운행 제한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가 제안한 주요 정책에 대한 현장 투표 결과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에 이어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 강화도 강조됐다. 난방 에너지 절감, 공공기관 출입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시민들 스스로가 참여해 정한 규칙이니 호응도 좋고 참여율도 좋을 수 있다. 다만 상식과 감성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 실제 미세먼지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다.

각 대안별 개선효과를 바로 현장에서 대략이라도 수치로 보여줄 수 있었다면 좀 더 이해와 양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몇 달 동안 잊고 살았던 미세먼지가 다시 불거질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정책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세먼지가 ‘재앙’이라고 판정한 이상 보다 강력한 조치를 추진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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