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선정기사, 이화여자대학교 서희주 학생
16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국제행동
기후위기 비상사태,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서희주 학생 =  2019년 9월21일 혜화역에 위치한 대학로에서는 5000여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집회와 행진은 9월23일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정상회담에 앞서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각국에서 함께한 대규모 국제 행동이다.

그 첫걸음은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이 전 지구적 행동의 시작을 알린 이는 스웨덴의 16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다. 그레타 툰베리는 작년 8월,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기후 변화와 관련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는 곧 전 세계적인 청소년 기후행동으로 이어졌으며, 그레타 툰베리는 각국 의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연설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긴급한 대응을 요구했다. 올해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 기후정상회담이 열리는 뉴욕과 COP25가 열리는 칠레로 가기 위해 비행기 대신 탄소배출 제로로 항해할 수 있는 요트에 오르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닥친 지구를 구하기 위해 그레타 툰베리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며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가고 있다. 필자 역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이날 한국에서 벌어진 기후 행동에 함께했다.

5000명 시민 한자리에 모여 기후 위기를 말하고 행동하다

9월21일 오후 3시, 무대에 오른 사회자가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함으로써 본격적인 기후행동이 시작됐다. 무대 앞은 청소년, 대학생, 노동자, 외국인, 종교인, 시민단체, 정당 등  분야를 뛰어넘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이 각자 손에 쥔 피켓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이 폐상자나 폐종이를 재활용해 만든 것들이었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다웠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 폐상자와 폐종이로 직접 제작한 피켓들이 눈에 띈다. <사진=서희주 학생>

 

네 명의 인사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서희주 학생>

집회가 시작되자 청소년 기후행동, 민주노총,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충남 노후석탄화력발전소대책위 등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다양한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기후위기 때문에 겪는 고통과 피해를 털어놨고, 이는 기후위기가 어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 바로 당면한 문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미래를 앞둔 청소년들, 폭염의 날씨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 날씨 이상으로 직접적인 농사 피해를 겪는 농민들 등 기후위기는 곧 인류 전체의 문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가수 요조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서희주>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인식과 대응을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집회 사이사이에 마련된 가수 요조의 공연과 지구 굴리기 퍼포먼스는 본 행동에 활기를 더했다. 지름 3m의 지구 모양 공을 대열 끝까지 굴리는 퍼포먼스는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체제를 지속하려면 3.7개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진행됐다.

지구 굴리기 퍼포먼스. 긴 대열로 인해 지구 모양 공이 도착하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진=서희주 학생>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혜화역에서 종각역까지 행진하는 모습 <사진=서희주 학생>

흥겨운 노래, CO2 퍼포먼스, 다이인 퍼포먼스…축제 같았던 비폭력 평화시위

오후 4시 30분, 본집회가 종료되고 혜화역에서 보신각으로 향하는 행진이 시작되었다. 5천 명 시민으로 이루어진 기나긴 대열은 자원봉사자들과 경찰들의 도움으로 끝까지 안전하고 질서 있게 유지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행진을 지배한 것은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흥겨운 노래가 끊이지 않는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노랫말이 신나는 리듬에 맞춰 불러지는가 하면, 구호를 마치 랩처럼 다같이 외워보기도 했다.

이에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일반 시민들 역시 행진에 관심을 보이며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검은 풍선과 암막 커튼으로 꾸민 CO2 퍼포먼스 <사진=서희주 학생>

 행진 도중에는 검은 풍선과 암막 커튼으로 기후위기의 주범인 CO2를 표현한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암막 커튼으로 만들어진 CO2 지대를 지나가면서 자동차 배기가스와 매연, 석탄화력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와 인간 모두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행진이 보신각에 도착한 후에는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닥쳐올 미래의 죽음을 형상화한 다이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사이렌이 울리며 5000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쓰러져 눕는 퍼포먼스는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행위로서 다분히 상징적이었다.

다이인 퍼포먼스에 직접 참가하며 찍은 사진 <사진=서희주 학생>

 오후 6시 15분, 다이인 퍼포먼스를 끝내고 모든 대열이 보신각에 도착하며 행진이 무사히 종료되었다. 마무리 집회에서는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기획단으로서 한 달 넘게 본 행동을 준비한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국장이 발언을 맡았다.

그는 “기후침묵의 정치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연료”임을 지적하며, “기후위기를 해결할 마지막 세대로서 우리 스스로 대전환을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전하는 메시지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통해 5천 명의 시민이 우리 사회에 요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기후위기가 진실임을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실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가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지 않으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씨 이상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불러올 결과는 인류 문명에 위협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것은 더 이상 무의미한 공포심 조장이 아니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현실이자 미래다.

이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 10여 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900여 개의 지방정부들은 이미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많은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지금, 한국은 기후위기라는 진실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한국은 절대로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없는 나라다.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수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답할 때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으므로.

<글·사진 2019 그린기자단 서희주, 이화여자대학교, seo886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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