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처우와 잦은 야근에도 예보 틀리면 ‘욕받이’ 신세
태풍예보관 2인이 주·야 24시간 근무···업무 과중 심각

[환경일보] 기상청 업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상예보가 담당자에 대한 부실한 처우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기피하는 업무가 되고 있다. 특히 태풍 예보관은 고작 4명에 불과해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기상청의 모든 직원 3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예보 현업근무를 희망하지 않는(의향이 없는) 직원이 195명(57%)으로 희망직원 147명(43%)보다 14%(48명)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상청 예보 현업업무는 1개조 7명으로 총 4개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보분석 지원인력(분석팀) 13명을 합해 총 41명이다.

예보 현업업무 4개조는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일근-일근-야근-야근-비번-휴무-휴무’ 순서로 근무하고 있다. 이틀은 낮, 이틀은 밤, 4일 연속 근무에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예보가 틀릴 경우 비난이 집중되는 책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해 기피하는 업무다.

기상청에서 예보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직원은 “태풍이라도 오면 야근은 기본이고, 예보가 빗나가 피해가 커지기라도 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운 심정”이라며 “평소에도 예보가 빗나가면 기상청으로 항의전화가 빗발치는데, 태풍과 같은 재해 예보가 틀리면 그날은 기상청 전화가 불이 날 정도”라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보현업 업무는 육체적(94%), 정신적 스트레스(87%) 강도가 높다고 응답했고 예보관 우대방안이 필요하다고 한 응답은 300명(88%)에 달했다.

날씨는 산업, 여가, 스포츠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그래서 예보가 빗나갔을 때 더 많은 비난이 집중된다.

예보업무 천시하는 조직 문화

기상예보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관측자료의 정확성과 수치예측모델 그리고 예보관의 역량’이다.

그러나 관측자료는 관측지점을 촘촘하게 설계해도 부족하거나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수치예측모델은 장기간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확도를 높이려면 자료해석능력을 갖추고 모델링 결과를 보완할 수 있는 경험 많고 역량을 가진 예보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예보관이 최고의 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운 환경이다.

기상청 예보 현업근무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야근에 대한 체력적 부담(42%)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일과 삶의 균형 중시(19%) ▷예보관을 존중해주지 않는 조직문화(14%)순으로 나타났다.

예보 현업 근무 의향이 없는 이유 <자료제공=이정미의원실>

야근에 대한 체력적 부담 커

기상청이 발표한 ‘2018년 기상업무 국민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체감하는 기상예보 기대 충족도(기상예보 정확도 기대 수준 대비 체감 수준)는 ▷일반국민 87.3% ▷전문가 86.5%로 나타났다.

일반국민은 전년 대비 1.4%p 상승한 반면, 전문가는 2.3%p 하락해 일반국민의 기대 충족도가 전문가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 내부에서도 예보 현업업무는 다수가 전문성이 높은 업무로 인식(92%)하고 있으며, ‘일정기간의 예보경력’(35%)과 ‘예보업무에 대한 열정과 인품’(31%)이 전문 예보관의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고 응답했다.

예보 현업 근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이유 <자료제공=이정미의원실>

한편 기상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보현업에 근무를 희망하는 이유는 ▷기상청의 핵심 업무이기 때문(36%)이 가장 높았고 ▷예보업무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26%)이 뒤를 이었다.

또한 심층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예보관 업무를 중시하는 조직 분위기’가 우수한 예보관 유입 및 양성에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예보관 보직관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290명(85%)이 응답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직관리체계가 실제 운영되지 못한 이유는 ‘부서장의 기호에 따른 인사운영의 문제(34%)’ 및 ‘정원배정 등 제도적인 문제(’31%)라고 꼬집었다.

예보관 인력 유입을 독려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동기부여 요인’ <자료제공=이정미의원실>

현업 태풍 예보관 고작 4명

태풍예보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용득 의원이 기상청 소속 국가태풍센터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현업 태풍 예보관은 4명에 불과했다.

부족한 예보 인력은 예보 지원 공무직 4인으로 보완해 버티고 있지만, 공무직 근로자는 주간 근무만 수행하고 있어, 예보관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방기상청은 평균 3~4인의 예보관이 1개조를 구성한다. 1개조 구성원들은 분석·예보 업무를 분담한다.

반면 국가태풍센터의 경우 1인 1개조로 구성된다. 이럴 경우 예보관 1인이 태풍 분석·예보를 전담하므로 예보관 업무 부담이 크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영향 태풍 시 예보관 2인이 주·야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 태풍 인력을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국가태풍센터에는 14명의 태풍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데 비해 반해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총 45명, 국립허리케인센터는 65명이 근무 중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의 태풍예보정확도는 한·미·일 중 제일 낮았다. 72시간 진로예보 거리 오차를 살펴보면 ▷한국 184㎞ ▷미국 177㎞ ▷일본 171㎞순으로 나타났다. 인력·예산·교육 지원 부족으로 인해 태풍예보정확도가 3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보직체계를 바꿔서 200명 이상의 예보관을 양성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태풍센터 운영 예산마저 감소

국가태풍센터 운영 예산마저 2016년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국가태풍센터 운영 예산은 2018년 9억7000만원에서 올해 8억9100만원으로 줄었다.

기상청은 국가태풍센터 운영사업의 통합재정사업자율평가 결과 ‘미흡’에 따른 결과로 예산이 감액됐다고 밝혔으며, 김종석 기상청장은 “태풍센터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태풍예보관의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부족하다. 기상청 소속 기상기후인재개발원은 예보 역량을 높이기 위해 11대 핵심 분야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분야별 총 강사 인원은 60명이지만 태풍 분야는 고작 1명으로, 분야별 강사 인원 중 가장 적다. 다른 분야는 적어도 2~3명의 사내 강사가 있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예보관 현업 업무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교대근무 주기를 늘리고, 근무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높고 사기와 자존감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예보관의 심리상담 등 지원방안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석 기상청장은 “예보관의 전문성이 가장 큰 문제여서 내부 교육과정 기간을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며 “보직체계를 바꿔서 200명 이상의 예보관을 양성하고 있지만, 퇴직자가 증가하고 있어 인력수급이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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