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장안구 해우재 등 문화공간 탈바꿈
‘문화 발상 전환’ 견인한 고 심재덕 시장 흔적 고스란히 남아

수원시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사진제공=수원시>

[수원=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수원에서 태동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문화의 힘’인 화장실문화가 있다.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 중 쓴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며 나라의 부강함보다 문화의 힘을 중요히 생각했다.

수원시의 화장실 문화는 이 같은 백범의 바람이 현실화된 사례이다.

광교산 초입에 자리잡은 반딧불이 화장실은 마치 도서관 같다. 햇빛이 통하는 유리천장 덕분에 밝은 느낌의 중앙 홀에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작은 도서관’이 있고, 통로에 날씨와 수원시 주요 정책 등 최신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 미러’도 설치돼 있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또옹카페 화장실’은 마을사랑방 역할을 한다. 화장실 앞에 소공연장이 조성돼 각종 마을 행사와 공연이 열리고, 2층에는 ‘영화마을 사랑방’(커뮤니티 공간), ‘마음 톡톡 상담실’(도시재단 활동가 활동공간), ‘또옹 카페’(전시·판매 공간) 등 각종 문화공간이 갖춰졌다. 

대부분 냄새나고 지저분한 공간으로 여겨지던 공중화장실이 이 같은 ‘문화의 공간’으로 발달한 건 수원시에서 화장실 문화운동이 태동한 20여 년 전부터다.

시의 화장실 문화 발전과정에서는 ‘미스터 토일렛’ 고 심재덕 민선 초대 수원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시·군의 경쟁이 활발하던 1996년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은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외국 손님들을 맞겠다는 생각으로 TF팀을 만들었다. 심 전 시장은 화장실 개선사업을 이끌며 화장실 문화 확산을 위해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 음악이 흐르고 꽃과 그림이 있는 향기 나는 화장실이 고속도로와 주요 관광지로 뻗어 나갔다.

시는 행정안전부·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4차례 수상하며 명품 화장실 도시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 이제는 국내·외 화장실 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04년에는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이 화장실에 관한 법률을 가진 최초의 국가로 기록됐고, 2007년 11월에는 화장실 전문 국제기구인 세계화장실협회(WTA, World Toilet Association)가 창립되는 결실도 맺었다.

‘근심을 덜어내는 집’이라는 뜻의 해우재는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변기모양의 건물이다. 심 전 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해 30여 년간 살아왔던 집을 2007년 변기 모양으로 개조한 것으로 2009년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에 기증했다. 시는 해우재를 화장실문화 전시관으로 만들고 일대를 화장실 문화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운영 중이다.

2010년 10월 개관한 해우재에는 지난 9월 말 기준 140만여 명이 방문했으며, 이 중 외국인 관람객이 7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4년 2월부터 세계화장실협회(WTA) 회장을 맡아 심 전 시장이 수원시에 뿌린 화장실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WTA는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을 짓는 ‘희망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16개국에 33개 공중화장실 설치를 지원했다. 또 ▷세계화장실 리더스 포럼 ▷세계 화장실문화 유스 포럼 ▷전 세계 기초위생시설 실태조사·지속가능 화장실 모델 개발 등의 연구조사 ▷‘세계화장실 기술표준’ 제정 ▷UN,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국내외 국제기구·민간기구와의 협력사업 등을 전개하며 화장실 문화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UN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적 지위를 획득하며 ‘글로벌 비정부기구(NGO)’로의 위상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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