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후 매몰’ 자제하고 예방·상황·사후 관리에 힘써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파주에서 처음 신고된 이후 경기·인천 접경 지역인 김포·연천·강화 등으로 퍼지면서 지난 한달 간 15만4500여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14건의 ASF가 모두 경기 북부 4개 시·군에서 발생했음에 주목하고 확산방지를 위해 긴급행동지침(SOP)을 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야생멧돼지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지역을 감염위험, 발생·완충, 경계, 차단 지역 등 4개 관리지역으로 구분했다.

감염위험지역 테두리에는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책을 설치한다. 위험지역에는 포획틀과 포획트랩을 설치하고, 집중사냥지역에서는 총기를 사용한 포획을 바로 시행한다.

강화·김포·파주·연천·철원 등 발생 5개 지역과 인접 5개 시군은 발생·완충지역으로 설정하고 포획틀과 트랩을 확대 설치한다.

경계지역으로부터 외부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경계선 둘레 폭 2㎞구간인 차단지역에서는 야생멧돼지를 전면 제거한다.

접경지역에서의 멧돼지 예찰과 방역을 강화하고, ASF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농장단위 방역도 강화한다.

ASF 발병 후 4주가 지나도록 총기포획을 주저하면서 멧돼지로 인한 전염을 방치해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주일 정도 추가발생이 없어 다행이지만,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이번 ASF의 발생부터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사후약방문으로 보인다.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구제역, 조류독감(AI)에 이어 ASF까지 발생했다. 이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축산방식부터 위생적이고 외부조건으로부터 안전한 방식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올바른 방역은 정말 중요하다. 상시방역체계를 갖춰야 하고, 살처분 농장이 발생하면 철저한 방역으로 외부 확산을 막아야 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작업자 개개인에 대한 방역도 중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멀리서부터 이동해 살처분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상황관리’도 해야 한다. 이번 ASF 상황은 멧돼지로 인해 발생했는데 사육 집돼지는 살처분하고, 정작 포획해야할 야생멧돼지는 방치했다는 비판이 적잖다.

멧돼지 보호가 우선인 환경부가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우니까 야생멧돼지 방역업무를 농식품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태계에서 천적이 없는 멧돼지가 농가에 피해를 주고, ASF도 유발한다면 지금처럼 방치하는 방식이 과연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이번에도 벌써 15만 마리가 넘는 돼지들이 살처분 후 매몰됐다. 살처분은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낸다.

현장에서 살처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가축사체 저장통의 품질이 FRP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깨지는 불량품이 많고, 악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살처분 매몰지 곳곳에서 토양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때다. 공무원들부터 현장에 나가서 보고, 듣고, 냄새 맡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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