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조합이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업지연’이다.

사업이 장기화되면 조합 사업을 위해 차입한 금융비용의 이자가 대폭 늘어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 급증 및 수익이 감소해서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속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고, 사업추진 중 정부 정책이 바뀌는 등 다양한 변수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 강남권 알짜 단지에서도 건설사와 조합원들의 갈등으로 소송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사업이 표류하면서 해당 사업지만 서초구에서 유일하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을 지는 등 사업성이 확 떨어지게 됐다.

서초구 방배동, 종로구 사직동에서도 정비사업이 진척되지 않자 조합이 시공사 교체 카드를 만져 관리처분인가가 중단되는 이슈가 생기기도 했다.

울산 중구 B-05구역 사업지 전경

최근 지방에서도 유사 사례가 나오고 있다. 울산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중구 B-05구역에서 조합이 갑작스레 시공사 교체를 감행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울산 중구 B-0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26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시공사 계약 해지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 460-72번지 일대 20만4123㎡를 재개발하는 울산 중구 B-05구역은 지난 2014년 9월 효성중공업‧진흥기업‧동부토건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6년 1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득하고, 이주개시 및 조합원 분양까지 마무리한 조합은 올해 10월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다.

순항을 이어가던 재개발사업은 지난 7월 동부토건이 회사 여건상 공동도급지분 40%를 효성에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혼란에 빠졌다.

시공사측은 “동부토건의 지분 양도가 공사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고 설명하고 지분변경을 철회한 후 현 지분대로 시공권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은 “시공사의 대처 방안이 미숙했다”고 지적하며 대의원 회의를 통해 시공사 재선정을 결정,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해 두 차례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효성중공업 컨소시엄은 “동부토건에서 지분양도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을 뿐이며, 그 의사를 철회한 만큼 공사도급계약의 효력과 조건은 유지돼야 한다”면서 시공사 선정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 나선 상태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재개발 조합측이 시공사 재선정을 강행할 경우 대출금 상환 등에 따른 부담은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이 대주단으로부터 받은 사업비 대출금은 2200억원, 시공사 대여금은 141억원에 이른다.

조합측은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원금 상환과 함께 연체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조합이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입찰보증금’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되지만 조합이 책정한 입찰보증금은 30억원에 불과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조합사업비 잔고는 약 13억으로, 금년 11월경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조합원에 따르면 “입찰보증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사업비대출 승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강행하면 결국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도 “일부 조합원들은 기대하는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기존 시공사와 소송전이 장기화됨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사업지연, 여기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출금까지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