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해운대에서 불법어업 근절 요구하는 모래사장 퍼포먼스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9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시민과 함께 ‘불법 어업국이 아닌 자랑스러운 해양 강대국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대형 샌드아트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앞 해운대 모래사장에는 국내 대표 모래 작가인 최지훈 씨가 그린 가로 20m, 세로 20m 크기의 대형 고래 그림이 등장했다.

또한 시민 100여명이 고래 주변에 손을 맞잡고 누워 하나의 커다란 원을 만들어 고래를 보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닥엔 ‘예비 불법 어업국 대한민국, 2020년엔 꼭 해양 보호해 주세요’라고 적힌 대형 배너가 깔렸다.

참가한 시민들은 ‘Stop Illegal Fishing Protect The Oceans(불법 어업 그만, 바다를 보호해 주세요)’라고 적힌 영문 패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샌드드로잉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4년 만에 예비불법어업국 다시 지정

지난달 19일, 미국은 한국을 예비 불법 어업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은 지난 2013년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 해제된 바 있다. 4년 만에 다시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지정이 한국의 해양자원 보호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사법부는 이번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의 발단이 된 남극해 불법 조업 어선 2척에 대해 각각 기소유예,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업선사는 불법 어획물로 9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었다.

해수부는 지난 7월 뒤늦게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행정기관이 직접 선사로부터 불법조업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과징금 제도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한국의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앞으로 2년 안에 불법 조업을 제재하는데 필요한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한국 어선의 미국항 입항 금지와 수산물 수출 금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린피스 유지연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10월30일 바로 이곳 부산에서 전 세계 해양전문가들이 모여 해양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세계해양포럼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피스와 시민들은 진정한 미래 해양 전략이 해양자원 착취와 개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해양 자원이 무한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보존과 보호를 통해 인간이 바다와 공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번 시민참여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올해 초부터 전 세계 20개 사무소에서 ‘해양보호(Protect the Ocean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3월, UN에서는 국제적인 해양보호구역 네트워크에 대한 물꼬를 틀 수 있는 ‘UN 해양조약’이 체결된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 200만 시민과 함께 전 세계 정부에 강력한 해양조약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바다가 처한 위협을 직접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북극에서 시작해 사르가소해, 아마존 리프, 케이프타운, 남대서양 등을 거쳐 남극으로 향하는 ‘북극에서 남극까지(Pole to Pole)’ 쉽투어(ship tour)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최초로 ‘샌드드로잉’ 기법(펼쳐진 모래에 막대, 갈퀴 등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을 사용해 진행했다. 샌드드로잉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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