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선정기사, 경희대학교 권순호 학생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권순호 학생 = 어김없이 뜨거웠던 이번 여름이 아직도 어저께 같다. 어느덧 가을이다. 우리 숲은 더 이상 초록을 노래하지 않는다. 나뭇잎 속을 점령했던 엽록소가 어느새 분해됐다. 그리고 안토시아닌, 타로티노이드와 크산토필, 타닌이 남아 제각각 나뭇잎을 붉은색, 노랑색, 황토색으로 채색했다.
식물들이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고 있을 무렵이다. 풀의 지상부는 죽어가고, 나무는 잎을 떨군다. (소나무나 동백나무와 같은 상록수는 겨울에도 잎이 살아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이들 상록수조차 잎을 떨어뜨리는 주기가 있다. 또한 겨울에 대비하여 식물체 내에서 다양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식물이며 동물 할 것 없이 모두가 추위에 체념할 때이다. 그러나 다 떠나가는 가을을 못 받아들이는 마냥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발악하는 식물이 있다. 바로 국화과(Compositae) 식물이다. 가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 참 많지만, 가을꽃 하면 모두가 단연 국화를 말한다.
가을꽃의 대명사 코스모스(Cosmos bipinnatus)도 국화과 식물이다.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무렵 고속도로나 시골길을 운전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볕 잘 드는 들녘과 절개지에 온통 야생 국화 노란 꽃으로 일렁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산국(Dendranthema boreale)과 감국(D. indicum)이라는 식물이다.
웬만한 식물들은 앞서 봄과 여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쉴 준비를 하는데, 이들 들국화는 왜 가을에 꽃을 피우는 것일까? 학자들이 말하길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낮과 밤의 길이가 좌우한다. 국화과 식물 외에도 용담과(Gentianaceae), 층꽃나무속(Caryopteris), 꿩의비름속(Hylotelephium) 하위 종들과 같이 대부분 가을에 개화하는 식물들을 ‘단일식물(短日植物, short-day plant)’이라고 한다. 낮이 짧아져 긴 밤이 지속되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부류이다. 반대로 봄에 개화하는 식물들은 그 반대의 조건을 필요로 한다. 이들은 대부분 장일식물(long-day plant)이다.
역시 국화는 사람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척 기특한 식물이다. 아침이면 서리가 얼어있을 시기에도 용케 꽃을 피우니, 옛 선조들이 오죽 좋았으면 사군자의 한 멤버로 추대했을까. 뿐만 아니라 들국화의 노란 꽃을 말려 차로도 우려먹으며 사계절 내내 가을을 간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