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세먼지 3일 예보 실시간 공유 등 협력 확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방법 결정된 바 없어”

[키타큐슈=환경일보]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11월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기타큐슈(Kitakyushu)에서 열린 ‘제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21)’에서 일본, 중국 환경장관과 동북아 지역 환경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합의문(Joint Communique)을 채택했다.

조명래 장관은 본회의에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KOIZUMI Shinjiro) 일본 환경성 장관, 리간지에(LI Ganjie)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졌다.

3국이 만났지만 관심을 갖는 분야는 각기 달랐다. 우리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인 반면,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자연보전총회를, 일본은 기후변화와 해양쓰레기 배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부터), 고이즈미 신지로(KOIZUMI Shinjiro) 일본 환경성 장관, 리간지에(LI Ganjie)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합의문에 서명했다. <사진제공=환경부>

日 ‘재외공관장들에게 정보 공개’

본회의에 앞서 일본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처리에 대해 일본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조명래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원전 오염수 관리의 안전성에 대해 주변국이 신뢰할 수 있도록 처리현황 등의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일본 환경성 장관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현재도 재외공관장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처리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이야기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서류를 보고 또박또박 읽었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고이즈미 일본 환경성 장관은 일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조명래 장관과 고이즈미 장관은 예정된 회담시간인 50분을 25분이나 초과하는 등 여러 분야에 관해 논의했다. 특히 기후변화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정부와 달리 고이즈미 장관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다음 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국외감축의 근거가 되는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지침의 채택과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해양쓰레기의 국가 간 이동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해양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정책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양국의 정책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고이즈미 일본 환경부 장관은 “내년부터 비닐봉투를 유료화할 계획이다. 재활용 분야에서는 일본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과 한국이 비닐봉투 유료화를 앞서 시행한 것에 비하면 늦었다”라며 관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역이나 아이템에 따라 시민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발적 협약(MOU)을 체결하고, 충분히 교육이 된 다음 차츰 확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일본과는 붉은 불개미 등 침입외래생물로 인한 생태계 교란, 경제적 손실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침입외래생물 종 정보, 퇴치 경험, 관련 정책 등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은 내년 말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관련, 중국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경험 공유를 요청했다. <사진제공=환경부>

中, 배출권거래제 경험 공유 원해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는 미세먼지 대응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4일 서명한 ‘청천(晴天, 맑은 하늘) 계획’ 이행의 책임자로 양국 국제협력 담당 국장을 지정하고 세부 추진계획 수립과 이행관리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징진지(베이징·텐진·허베이) 및 주변지역 추·동절기 대기오염 종합관리 기간의 대기질 예·경보 상황, 미세먼지 저감조치 등의 정보를 한중환경협력센터에 제공하기로 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올해 12월부터 도입하는 계절관리제 기간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2월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 예정인 제7차 한·중·일 대기오염 정책대화에서 ‘한·중·일 대기분야 협력 5개년(2020~2024) 계획’을 내실 있게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갖는 온실가스 줄이기를 적극 추진키로 하고 한국이 2015년부터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참고로 중국 리간지에 장관은 중국도 내년 말까지 배출권거래제 전국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3년 제정된 ‘한·중 환경협력 양해각서’ 개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국은 한중환경협력센터 설치, 환경장관 연례회의 등 그간 양국의 환경협력 성과와 기후변화 등 신규 협력분야를 발굴해 반영하기로 했으며, 개정안 마련을 위한 실무급 협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3국 환경장관회의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회담 결과 발표에도 NHK, 아사히 등 주요 언론들의 보도경쟁이 치열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본회의에서 3국 장관은 동북아 및 전지구적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차기 3국 공동행동계획(2020~2024)의 우선협력 분야를 선정해 공동합의문에 담아 서명했다.

우선협력 분야로는 ▷대기질 개선 ▷순환경제 ▷해양·물 환경 관리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화학물질 관리와 환경재난 대응 ▷녹색경제로의 전환 ▷환경교육, 대중 인식과 참여 등 총 8가지이다.

3국 장관은 8대 분야별로 오늘 양자회담과 본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협력사업을 발굴해 내년 한국에서 개최하는 제22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3국 공동행동계획(2020~2024)’을 채택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 지역의 해결과제인 대기질 개선과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인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협력분야로 제안하고, 공동 행동계획 수립 전이라도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요약보고서’ 후속 공동연구, 기후변화 적응 역량 제고를 위한 정책 교류· 공동연구 등을 추진하는 3국의 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아울러 내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2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 중국과 일본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회의 종료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조명래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크고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환경부 장관에게 확실히 전달했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 받았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환경부>

日 ‘오염수’ 대신 ‘처리수’ 호칭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난 조명래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우리 국민들의 우려가 크고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환경부 장관에게 확실히 이야기를 했다. 일본은 IAEA를 통해 모든 공식적인 검증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심지어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음용기준에도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 장관은 “방사능 관련 문제는 엄중한 과학의 영역이면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해양으로 배출되면 일부 과학자들은 1년 이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라며 “일본은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나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미세먼지 협의에 대해 조 장관은 “중국이 그동안 미세먼지를 굉장히 많이 저감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수년간 문제 제기를 한 것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온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중국이 한국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려 노력했다”며 “중국의 3일 예보를 우리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번 동절기에 양국의 계절관리제와 연동하는 등 신뢰가 쌓이면 중국의 미세먼지와 관련된 정책건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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