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11조원 투자로 세계 3위 석탄발전 투자국
건설업체가 부패 공무원과 결탁, 뇌물 제공 ‘망신’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1월 2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맞은편 건물 벽면에 ‘한국, 해외 석탄발전 투자 중단'이라는 내용의 40m 거대 현수막을 설치하고,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지속하면서 동남아 주민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을 알리고자 기습 시위를 벌였다"며 “한국이 아세안 회원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려면 먼저 이들 국가에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1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한국 공적기관은 2013년 1월~2019년 8월에 7조원(약 57억 달러)을 투자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허용기준이 느슨한 동남아 국가 위주로 석탄발전소를 수출했다.

한국 정부는 2017년 국내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해외 석탄투자는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상회담 행사의 일환으로 산업협력포럼을 열고 총 2000㎿ 규모의 석탄발전소 자와 9·10호기 투자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공적금융기관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린피스 등 국내외 환경단체는 석탄화력발전 투자가 초래하는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린피스는 지난 11월 25일 연구보고서 ‘더블 스탠다드, 살인적 이중기준’을 발표하고 ‘한국 공적금융기관이 투자하고 한국 건설업체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레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짓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30년간 최소 4만7000명 최대 15만1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생긴다’고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1월1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벽에 '해외석탄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레이저빔 액션을 벌였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최대 15만명의 조기 사망자 발생

그린피스는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한국수출입은행(KEXIM), 한국산업은행(KDB) 등 한국 공적금융기관이 해외에 투자해 설립한 석탄발전소 10곳을 조사해 석탄발전소들이 주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분석한 결과, 석탄발전소 10곳을 현행 대기오염 물질 배출기준으로 운영할 경우 해마다 최소 1600명, 최대 5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석탄발전소를 평균 30년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석탄발전소 운영 기간동안 최소 4만7000명, 최대 15만1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

최대 피해 국가는 베트남으로 조기 사망자의 38%가 베트남이다. 이어서 인도네시아(29%), 방글라데시(20%) 순으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시아 석탄발전소는 한국 석탄발전소보다 질소산화물은 18.6배, 황산화물은 11.5배, 분진은 33배 더 많이 배출한다.

석탄발전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 가량을 내뿜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다.

여러 국가들이 석탄화력발전을 잇달아 퇴출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동남아시아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 공적금융기관과 건설업체는 동남아 등 개발상국이 석탄발전소로 인해 겪을 악영향을 알면서도 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 부도덕하고 환경 파괴적인 행위를 지원하고 있다. 이 탓에 한국은 세계 3위 석탄화력발전 투자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세금으로 인니 국민 생명 위협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 건설업체가 해외 석탄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현지 부정부패 세력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인도네시아 찌레본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현지 군수에게 뇌물 5억5000만원을 증여한 혐의로 현지 부패척결위원회(KPK)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부문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국회의원이 현대건설 뇌물 증여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손준 현대건설 전무가 증인으로 소환돼 사실 관계를 추궁 받았다.

인도네시아 지구의 벗 소속 활동가들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한국은 자국민이 낸 세금을 인도네시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는데 쓰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투자를 서둘러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아세안 회원국을 순방하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경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실상은 수십년에 걸쳐 지속될 환경적, 사회적 피해를 동남아 국가들에게 떠안기는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해외 석탄투자는 ‘아세안 회원국과 동행, 평화, 번영을 위해 협력한다는 정부 기조와 충돌한다.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해 진정한 아시아의 기후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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