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억 마리 이상의 상어 포획, 지느러미만 잘라 바다에 버려

[환경일보] 영화 딥블루의 주인공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청상아리. 청상아리는 물속에서 속도가 무려 시속 100㎞가 넘을 만큼 상어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난폭해 해양 생태계 최강의 포식자다. 특히 청상아리는 공격을 주저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상어 세계의 송골매로 불리며 ‘식인상어’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청상아리는 인간들의 욕심에 떠밀린 멸종위기종에 불과하다. 바다의 무법자를 멸종으로 몰고 가는 원인은 해양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서식지 감소 등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인간의 식탐이다.

상어는 샥스핀의 재료가 되는 지느러미 때문에 무차별적인 남획의 대상이 된다. 청상아리는 상어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이다. 청상아리의 살점과 지느러미는 중국과 아시아 요리에서 최고의 별미로 통한다.

전 세계 상어의 종류는 약 400여종이 존재하지만 샥스핀의 재료로 쓰이는 상어는 10여 종류에 불과하다. 그만큼 귀한 음식이다. 특히 홍살귀상어는 지난 30년간 95%의 개체수가 감소했으며 청상아리 역시 지중해에서는 거의 사라졌고 대서양과 북태평양, 인도양에서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상어지느러미 사냥꾼들은 살아 있는 상태의 상어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상어는 그대로 바다에 버린다. 상어 고기도 비싸기는 하지만 지느러미가 더 비싸기 때문에 고기 대신 지느러미를 싣기 위해 상어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다. 말린 상어 지느러미는 ㎏ 당 최고 1000달러, 우리 돈 약 110만원에 거래된다.

그런데 상어는 지느러미가 없으면 헤엄을 치지 못하기 때문에 바다에 버려진 상어는 가라앉아 죽게 된다. 우리가 상어지느러미 하나를 먹었다면, 이는 곧 상어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인간에게 제공하기 위해 괴롭게 죽었다는 의미다.

참치를 잡는 원양어선도 부수적으로 상어를 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잡는 건 아니지만, 연승줄에 상어가 딸려오면 지느러미를 자른 뒤 바다에 몸통을 버린다.

퓨자선기금에 따르면 매년 6300만 마리에서 2억7300만 마리의 상어들이 상업목적으로 포획되고 있다.

이렇듯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는 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CITES의 주요 위원회는 18종의 상어와 가오리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제안을 가결시켰다. 이들 어종을 포획할 경우 멸종위기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아이스란드 등 40여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상어지느러미 별미를 포기할 수 없어서 혹은 이로 인한 상업적 이득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 앞에 멸종위기종 상어조차 생선에 불과하다.

상어가 멸종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천적이 사라진 멧돼지기 전국을 뒤덮은 것처럼 어떤 생물종이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상어는 먹잇감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병들고 부상 당한 동물을 제거해 무리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등 해양생태계에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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