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근거 부족·단순 가이드라인에 그쳐···국민 맞춤형 정보 요구

최근 발표된 정부의 ‘미세먼지 국민 참여 행동 권고안’이 획일적이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이채빈 기자>

[프레지던트호텔=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정부가 ‘미세먼지 국민 참여 행동 권고’를 발표한 가운데 권고안에 대한 반박 의견이 나왔다.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와 질병관리본부, 대한의학회 주최로 열린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에서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권고안이 획일적이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하루 3회 환기해야 하고, 공기청정기나 환기시스템 필터는 교체 주기에 따라 점검·교체해야 한다.

국민이 자주 오해하는 운동과 마스크에 대한 기준치도 제시했다. 건강한 일반인과 어린이는 초미세먼지 농도 75㎍/㎥까지는 가벼운 운동을 해도 되고, 50㎍/㎥까지는 보건용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하다. 노인과 임산부 등 취약계층은 36㎍/㎥ 이상이면 운동은 피하고, 초미세먼지 농도 36㎍/㎥ 이상이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 보건용 마스크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만 3세 이하나 노약자가 KF94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숨쉬기 어려울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는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데 충분하다.

마스크 착용 의학적 근거 미흡

김민수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공동대표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에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마스크 착용을 엄격한 기준으로 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김민수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공동대표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의학적인 효과에 대한 근거가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세계보건기구는 아직 미세먼지 발생 시 마스크 착용에 관한 의학적 증거가 미흡하다고 하는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엄격한 수치를 제안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50~75㎍/㎥ 농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해도 된다고 하는데,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일갈했다.

노동자보다 엄격한 기준 제시

김 대표는 또 “권고안에 실외 미세먼지 노출 시간과 활동 강도, 운동량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노동자보다 실외 미세먼지 노출 시간이 적고 활동 강도 역시 낮은 일반인에게 장시간 옥외 근무 노동자의 착용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장시간 옥외 근무 노동자를 위해 제시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 75㎍/㎥ 이상이 2시간 지속되는 ‘주의보 단계’에서 마스크를 지급·착용토록 한다. 반면 권고안에 따르면 일반인은 50㎍/㎥ 이상, 취약계층은 36㎍/㎥ 이상이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간과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에서 ‘어린이가 PM2.5 50㎍/㎥까지 마스크 없이 신체활동을 해도 좋다’는 권고에 우려를 표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50㎍/㎥까지는 어린이가 마스크 없이 신체활동을 해도 좋다’는 권고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야외활동 시간이 길고 신체 기능이 온전히 발달돼 있지 않아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 노출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 운동장, 체육시설 등 생활공간에 초점을 맞춰 공간 주변의 대기 환경을 분기별로 분석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은 여전히 궁금하다

최은희 이화여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미세먼지와 국민건강’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이번 권고가 단순 가이드라인만 제공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은희 이화여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국민들은 ‘미세먼지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어떤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나’ 등 상세한 궁금증을 갖고 있다”며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강 영향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야 국민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생각한다면 보다 체계적인 환경보건 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와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날 나온 의견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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