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출신 전직관료 등 기업 측 관계자 17인과 면담 후 심의종료

[환경일보] 지난 2016년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내부지침까지 어겨가며 편파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어준 결과 면죄부만 부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약칭: 사참위)는 이 같은 내용의 공익의견서를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제출된 의견서는 지난 2016년 공정위의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건 처리가 위법하고 부실하게 이뤄졌으며, 공정위 출신의 전직 관료를 포함해 기업 측 관계자 총 17인이 공정위 심의위원을 면담하는 등 사실상 형평에 어긋난 사건을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은 “정부가 피해 인정도 하지 않고, 가해기업과 가해 정부를 상대로 9년째 싸우도록 가해기업을 비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공정위만 모르는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공정위는 지난 2016년 8월경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업자인 애경산업(주)과 SK케미칼(現 SK디스커버리), ㈜이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사건과 관련해 이 물질의 인체위해성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표시광고법위반 사건 신고인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모씨는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료결정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고 본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했다며 2016년 9월경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현재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에 심리 중에 있다.

사참위는 이번 의견서를 통해 ‘공정위가 2016년 사건처리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업자의 표시광고행위에 대해 부실하게 조사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의 인체무해 여부에 대해 실증 확인을 위한 검증 절차를 전혀 수행하지 않아 부실하게 사건을 처리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사참위는 심의단계의 적정성과 관련해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관련 인체위해성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사업자에게 실증책임을 부과한 표시광고법을 왜곡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제품이 무해하다고 광고한 사업자가 이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것인데, 반대로 제품의 위해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심의를 종료한 것이다.

사참위는 특히 “당시 공정위 심의개최 전후인 2016년 8월3일부터 8월16일까지 공정위 출신 전관을 포함해 기업관계자 17명이 주심위원을 면담하는 등 공정위가 내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기업 측에만 진술기회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고발했지만 공소시효 만료

한편 공정위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재조사를 통해 2018년 2월경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해 검찰 고발 및 과징금 처분을, 이마트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4월 검찰은 이 고발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법원 역시 올해 각각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처분시효가 도과됐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 명령 등에 대한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공정위가 2016년 사건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업자들만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사참위는 이번 의견서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일상 속에서 영문도 모르고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위법한 표시·광고가 피해를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공정위에 요구되는 적정한 대응은 무엇이었는지 헌법재판소가 사참위의 조사내용과 헌법·표시광고법, 소비자기본법 등 우리 법체계상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그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책무 등을 고려해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에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74조 제1항에 따라 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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