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선정기사, 서희주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산불 키우는 소나무 단일 식재…활엽수림 늘려야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서희주 학생 = 아침저녁으로 영하로 내려가고 바람이 매서워지는 등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꺼운 겨울옷을 껴입고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관리에 더욱 유념하게 된다.

바람이 강해지고 날씨가 건조해지는 겨울철이면 생겨나는 걱정거리가 또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산불이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물기가 없는 상태에서 강한 바람을 만나면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이어진다.

한 번 대형 산불이 일어나면, 수백 수천 헥타르(ha)에 달하는 숲이 새카만 재로 변하는 건 수분에 불과하지만, 다시 예전처럼 생명력 넘치는 숲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년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

겨울철 산에 가면 산불예방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사진=서희주 학생>

강풍, 건조 그리고 소나무…대형 산불로 번질 수밖에 없는 조건

지난 4월 우리는 이미 대형화재로 번진 강원 산불을 목격하며 쉽사리 꺼지지 않는 불의 무서움을 절감한 바 있다. 사전 예방만이 재난을 막는 유일한 답이며, 자그마한 불씨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아야 했던 것이다.

이때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을 거대화시킨 원인은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강하게 불어온 양간지풍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산불을 급속도로 키우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 바로 당시 강원도 산 일대를 가득 채웠던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늘 푸름을 유지하는 나무로 이름을 날리며 애국가 2절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종이다.

실제 우리나라 어느 산에를 가나 소나무만큼은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소나무가 불이랑 만나는 순간 엄청난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한단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무 대부분이 불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나무에 불이 붙으면 다른 나무들보다도 더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소나무의 송진에 든 테레핀(turpentine)이라는 성분과 솔방울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테레핀(turpentine)은 소나무의 약 20%를 차지하는 기름 성분인데, 이 때문에 소나무에 불이 붙으면 불이 잘 꺼지지 않고 오래 타게 된다.

또, 솔방울의 경우, 불이 붙으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타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숲 여기저기로 튀는 현상을 일으킨다.

불붙은 솔방울이 또 다른 불씨가돼 불이 더욱 넓게 번지는 현상이다. 게다가 가벼운 솔방울이 바람을 타는 순간 수백 미터(m)는 가뿐히 이동하므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소나무 중심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하다(좌측), 솔방울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반경 수백 미터로 번진다. <사진=서희주 학생>

소나무 단일 식재는 인간의 이익을 위한 것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공림의 92%가 침엽수로 구성됐으며 그 중 소나무림이 약 28%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대형 산불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소나무가 우리나라 산림에 대체 왜 이렇게 빽빽하게 심어지게 된 것일까? 과거 국토 녹화 사업 때는 소나무를 포함한 침엽수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생물다양성에 대한 고려 없이 한 치 앞만 바라보고 침엽수 위주의 단순 조림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인공림이 조성됐지만 생물다양성이 낮고 산불에도 취약한 숲이 되고 말았다.

참나무 등 활엽수는 소나무와 달리 산불 위험을 낮춘다. <사진=서희주 학생>

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제적 이익 역시 소나무 단일 식재를 유도한 주된 원인으로 언급된다. 식용 버섯의 한 종류인 송이버섯이 소나무 뿌리에서 자라기 때문에 송이버섯 채취를 위해 다른 나무들을 제치고서라도 소나무를 가장 많이 심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현재도 다를 바 없어 산불이 난 뒤에도 송이밭 복원을 위해 또 소나무를 식재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근본적으로 산불에 강한 숲이 되려면 상수리나무 등 활엽수림의 비율을 지금보다 확장하고 침엽수와 활엽수의 적절한 비율로 구성해 생물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활엽수는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고 잎이 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에 잘 버틸 수 있다. 게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잎사귀가 낙엽이 되어 떨어지므로 큰 불로 번질 위험도 비교적 낮다. 이처럼 잎에 수분이 많아 산불에 강한 벚나무, 참나무, 백합나무 등의 활엽수를 내화수종이라고 한다.

겨울철 산불 차단을 위해서는 산불 위험이 높은 데다 소나무만 집중적으로 심어져 있는 지형부터라도 시급히 침엽수림에서 내화수림으로 바꾸어 식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심어진 소나무를 뽑거나 베는 것은 결국 차선책에 불과할 뿐, 최선책은 지금부터라도 산림 조성을 할 때 혹은 산불이 난 곳에 다시 나무를 심을 때 생물다양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숲이 재단된 것이야말로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음을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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