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금융기관 동참 요청
지난해 사학연금·공무원연금 합쳐 국내 탈석탄 투자 규모 111조원 이상

12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금융사들의 “탈석탄” 금융 선언식에 참여한 금융사 관계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DB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은 석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가선노 (왼쪽ㅜ터) 한국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전략실장, 정경수 DB 손해보험 주식회사 부사장, 이충열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관리이사. <사진제공=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2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5)가 개최된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인 DB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12월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타워에서 ‘탈석탄 금융’을 발표했다.

세 기관은 선언문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고자 하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며 “향후 국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조달)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 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 가능 투자에 노력하겠다”며, 특히 “탈석탄 금융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산을 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른 공적 금융·민간 금융기관들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이들 기관들은 “탈석탄 금융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금융기관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구체적이며 가장 강력한 실천 방안이다. 무엇보다 고객·가입자·수급자의 금융자산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지키고 증대시키는 방안”이라며, “탈석탄 금융을 선도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로 결정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탈석탄 금융은 전 인류의 공동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적극 부흥하는 실천적 행동”이라며, 탈석탄 금융을 주저하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아울러 “선언이 시대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를 고려한 시장친화적인 ‘지속가능금융 액션 플랜’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에 동참한 금융기관은 공적연금 2개와 민간금융 1개다. 특히 국내 3대 손해보험사 중 하나인 DB손해보험의 선언은 국내 민간 금융기관으로는 최초이며, 향후 민간 탈석탄 투자의 새로운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또 규모가 크고 시장 영향력을 가진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의 선언도 다른 공적금융의 탈석탄 투자 동참을 촉진시킬 전망이다.

이번 선언으로 국내 탈석탄 금융기관은, 지난해 10월 최초로 선언했던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포함해 모두 5개(공적 금융 4개, 민간 금융 1개)로 늘어났다.

세 기관의 금융 운용자산(2019년 상반기 기준)은 DB 손해보험 36조2055억원, 한국교직원공제회 36조6008억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 13조4027억원으로, 총 86조2090억원이 탈석탄 금융에 합류했다. 사학연금(16조7156억원), 공무원연금(8조5266억원)의 금융 자산운용 규모를 합치면 국내 탈석탄 금융 규모는 111조4512억원에 이른다.

국내 탈석탄 금융기관과 운용자산 현황 <자료제공=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기관인 350.org의 프로젝트인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만 현재(2019년12월3일) 1154개의 기관투자자들이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투자 배제에 동참했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11조54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국내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할 당시, 파슬 프리 캠페인에 등록된 기관투자자의 수는 985개에 자산운용규모는 6조2400억 달러였다.

1년 2개월 사이에 169개가 증가했고, 자산운용 규모는 5조3000억 달러나 증가했다. 이 캠페인에 등록되지 않는 탈석탄 선언 주류 기관투자자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탈석탄 금융은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조류다. 또한 기후위기에 따른 저탄소 사회에서 금융기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시급한 과제다.

세 기관은 선언문에서 석탄발전 투자가 ▷좌초자산 가능성이 높은 재무적으로 위험한 투자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반환경적인 투자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반도덕적 투자임을 분명히 했다.

DB손해보험은 유엔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회원사이자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참여기관으로, 자산운용에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고 동시에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를 하는 등 지속 가능 투자를 이행하고 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책임 투자를 통해 친환경적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DB손해보험 김정남 사장은 “손해보험업은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하고 타격이 큰 업종”이라며, “회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당국과 함께 환경·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7년부터 투자대상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사회 책임 투자 유형을 신설해 주식 위탁운용자산의 일부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9월에는 기관투자자로서 수탁자 책임 강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규정도 개정한 바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차성수 이사장은 “미래세대를 키우는 교직원들이 가입자인 만큼 이번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사회 책임 투자 확대를 위한 공감대 형성 및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해 사회 책임 투자를 시작했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향후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경호 이사장은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공적금융기관에게 탈석탄 금융은 당연한 방향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투자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탈석탄 금융 선언을 계기로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탈석탄 금융 선언을 유도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영호 이사장은 “기후변화 시대, 미세먼지 시대에 부는 탈석탄 금융 바람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시대적 조류가 됐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막고 저항하기보다는 이 바람을 적극 이용해 풍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관점의 전환을 당부했다.

2020년 탈석탄 중점 관여 대상 금융기관(15개) <자료제공=사회적투자포럼>

한편, 이날 선언식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탈석탄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2020년 탈석탄 중점 관여 대상 금융기관’ 15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은 물론 국민연금, 기업은행, NH농협,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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